오늘 밤 가평의 숲 속에서(2016,05.06~2016.05.11)
백화점의 VIP고객이라는 아짐 손님이 오셨는데 뻣뻣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좀체 빈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대화를 이어갑니다. 아들이 카투사에 근무한다는 이야기에 이르러 기회가 왔습니다. “아! 그럼 아들이 서울대를 다니다 입대했나요?” 적중했습니다. “네에 물리학과 1학년을 마쳤어요!” 제가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엄마를 닮아서 공부를 잘했네요!” 바로 무너져버린 아짐이 말씀하십니다. "앞으로는 이곳을 이용하겠어요." (2016. 05.11)
십여 년 전 집안의 아제 한 분이 전화로 제 주민등록번호를 물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는데 본인의 아이디로는 자금이 고갈돼 새 아이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기가 찼지만 알려드렸습니다. 어제는 집안의 형님께서 전화가 같은 통신사라며 가족 셋 이상 묶으면 시골집의 인터넷을 공짜로 설치하니 혹시 묶여진 게 있나 애엄마에게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통신사로 볼 때 형과 나는 가족이 아니고 남일 것이고 그리고 이런 일을 애엄마에게 물으면 우리 집안을 어떻게 생각..... (2016.05.10)
아침에 오자마자 거래 관련 필수 기기인 포스의 전원을 켜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데 오늘 문제를 일으킵니다. 전원이 들어오다 바로 나가버립니다. 다시 끄고 켜기를 반복해도 좋아지지 않아 관련사에 전화를 걸어 하라는 대로 조치합니다. 역시나 “나 잡아 봐라!” 입니다. 담당 직원이 점심 무렵에 오겠다니 기다리는 수밖에요. 월요일 시작부터 물 흐르듯 흘러가야하는데 작은 기기의 고장 하나가 모든 일정을 엉클어 놓습니다. 이런 일에 흔들리는 저는 아직 당 멀었어요. (2016.05.09)
끓고 있는 닭백숙 사이로 산 낙지가 들어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데친 부추 옆에 역시나 삶은 개고기가 기다립니다. 상 한편으로는 목포에서 올라온 홍어가 제 차례가 밀리지 않을까 초조해 합니다. 이윽고 모두들 각자의 입맛에 따라 주변으로 앉습니다. 저는 모두에게 두루 사랑을 베풀어서 어느 한편 아쉬운 점을 남기지 말자고 부지런히 젓가락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만 결국 닭고기는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서운한 가평 숲속의 닭들이 새벽에도 울지 않았습니다. (2016.05.07)
오늘 밤 가평의 숲 속에서 하루 자고 오겠음을 허락을 득합니다. 잠에서 덜 깬 사모님께서 몇 가지 짚으십니다. “누구누구랑 가는 거야? 여자들도 같이 가는 거야?” 당연한 질문입니다. 착실하게 대답하고 다음 하명을 기다립니다. “혹시라도 한 눈 팔면 죽은 목숨이라는 거 알지?” 이 나이에도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 어이구 잘 알면서, 난 한 눈 팔 위인도 못 되고 실력도 없다는 것을!” 안심이 되신 사모님 “산이라 추울 테니 따뜻한 옷 하나 넣어가요!"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