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불이나(2016.04.27~2016. 04.30)
우면산의 전부를 푸르름으로 칠하는데 4월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찬바람을 이겨낸 어린 잣의 싹들도 이제 혼자서 세상을 이겨낼 힘을 얻었습니다. 팥배 나무의 꽃들도 5월을 기다리지 않고 그 하얀 얼굴을 마음껏 뽐냅니다. 땅을 뚫고 우뚝 선 찔레덩굴의 새 순도 하늘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등나무 꽃의 향도, 각시붓꽃의 여린 몸매도 오늘 하루가 즐겁습니다. 다가오던 5월이 부끄러워 그만 해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2016. 04.30)
5월6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리하여 5일부터 8일까지 연 나흘이 연휴가 되었는데 이를 반길 자영업자는 몇 안 될 것입니다. 우리 같은 점빵은 가정의 달 특수를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주위의 사무실이 텅텅 빌 터인 즉 이제 꿈으로 생각해야지요. 더군다나 15일 스승의 날 역시 토요 초파일에 이은 일요일에 포진함으로써 그 또한 기대난망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마음을 닦고 오늘에 충실해야지요.(2016.04.29)
청소 아짐의 과잉 친절이 부담스러워 피해 다닙니다. 그런데 어제는 딱 걸리고 말았습니다. 빈 박스들을 양 팔에 가득 안고 지하 분리수거장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쪽에 서는 순간 어느 사이 아짐께서 청소용품을 담은 밀개를 가지고 쏜살같이 달려와 자기가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괜찮다고 사양을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별 수 없이 밀개 위에 올렸는데 아짐의 봉걸레가 엘리베이터 문에 걸려 모두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혼자서 간단한 일을 시간과 노력이 두 배로 걸렸습니다. (2016.04.28)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불이나 연기가 나자 그곳이 우리 집 쪽임을 직감한 애엄마가 달려갔습니다. 가게의 직원분도 달려갔습니다. 그 시간 제 방에 있던 딸아이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연기를 마시면서도 차분하게 1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잠깐 사이 평정을 되찾고 난 이후에야 저는 우리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았습니다. 모르는 게 약입니다. 정작 걱정은 오늘 새벽에 찾아왔습니다. 딸아이 생환기념 모녀의 술자리가 새벽까지..... (201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