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회에 졸업(2016.03.26~2016.03.30)

강남석 2016. 3. 28. 10:41



음식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했더니 곧장 설사의 침투를 받았습니다. 어제 꼭두새벽부터 7번에 걸친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잠시 각자의 자리에서 소강상태입니다. 지금이야 화장실이 붙어 있어서 그나마 치루기 쉽습니다만 전기가 안들어 왔던 어린 시절 시골의 심야 전투는 자는 엄니를 깨워야했습니다. 토방에 엄니를 보초 세우고 칙간까지는 귀신이 나올까 가지 못하고 마당에서 일을 봤어야 했습니다. 하루로 끝났으면 좋은데 그 다음 날 또 그 시간에 부른다는...... (2016.03.30)





10여년 전 등산길에서 한 켤레에 2000원하는 두꺼운 양말 열 켤레를 사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신었으며, 구두 속에도, 레져화 속에도, 운동화 속에도 오로지 한 마음으로 그 양말만 신었습니다. 차례로 뒤가 헤어져 하나씩 둘씩 제 곁을 떠나더니 이제 세 켤레만 남았습니다. 다시 두꺼운 양말을 장만해야겠는데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요즘 양말 장사는 뭘 먹고 살지요? 터미널 지하상가에 한 켤레 100원 밖에 안하는 양말도 있더라고요.(2016.03.28)




우면산 나무들은 후한 대접을 받습니다. 어느 날 부터 모두 명찰을 달았습니다. 학교 입학 시기도 지났고 군 입대할 나이도 지났는데 모두들 하얀 명찰을 자랑합니다. 재선충 예방조사를 맞았다는 표시이며 나무별로 또한 고유번호를 부여 받았습니다. 아마 구청이 일을 열심히 한다는 자기자랑일 수도 있고 일을 의뢰 맡은 업체의 경비정산을 위한 증명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디 다른 곳의 나무야 꿈이나 꾸겠습니까? 참 우면산의 길들도 카페트 단장을 했어요.(2016.03.28)




한동안 분주히 드나들었을 벌들의 보금자리가 겨울이 지나고 나무들의 낙엽마저 떨어져버리자 빈 집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겨울을 지내기 위해 미리 다른 곳으로 집을 옮겨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빈 벌집을 향해 어릴 때 그들을 향한 저의 만행을 반성합니다. 꽃에 앉아 꿀 채취에 열중인 벌에게 다가가 고무신 한 짝으로 재빠르게 낚아채 땅바닥에 패대기를 칩니다. 그리고 기절을 한 벌을 잡고 꽁무니의 침을 뺀 뒤에 혀로 꿀을 약탈했던 그 일을! (2016. 03.37)




초등학교 동창회에 졸업 후 48년 만에 한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낯의 곡선이 많이 익습니다. 이윽고 자기소개. “저 용흥리 살던 최홍식입니다!” 아 그때서야 생각이 번쩍 떠오릅니다. “맞아 홍식이!” 4학년 어느 날 영암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친정의 친구를 만났는데 마침 아들이 저하고 한 반이다면서 집으로 한 번 데려오라고 하셔서 우린 서로의 집에서 한 밤씩을 잤었습니다. 홍식이는 내가 빨간 마후라를 부르던 모습을 얘기 하던데 저는 마음속으로만 “야 너 교실에서 옷에다 오줌 쌌었는데 기억하니?”

(201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