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아침 9호선 전철 속에(2016,03.11~2016.03.14)

강남석 2016. 3. 12. 12:54


지난 일요일 오후 3연승을 하던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밀리자 화가 난 구글이 하필 제 스마트폰에 침략군을 보냈습니다. “구글플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검은 머리띠를 두르고 저의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 전선에 흩어진 야전군에게 전투를 맡겼으나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결국 하루가 지난 이틀째 서비스센터의 정예 병력을 투입하여 겨우 제압하였습니다만 카톡, 밴드등 여러 성을 복구하느라 눈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2016.03.14)




설 이후 다른 여러 일들이 겹쳐서 거의 40일만에 목포의 어머니를 찾아 뵈었습니다. 무척이나 쇠잔하신 모습에 저를 보자마자 "어떻게 알고 왔냐? 무얼 사가지고 이렇게 왔냐? 너무 고마워서 울고 싶다." 그러시면서 눈물을 쏟으십니다. 이번에 텀이 너무 긴 탓으로 많이 기다리셨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을 뒤로 미룬 저의 불찰입니다. 우는 어머니 손을 잡고 미안함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한참 재롱을 떨어 어머니께서 웃는 모습을 보고 겨우 발길을 돌렸습니다. (2016.03.13)





길가에서 나눠준 초대권 한 장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평양에서 온 북한예술단 순회공연입니다. 이미 모든 교류가 끊어졌는데 탈북자가 몇 섞었겠지요. 무료공연을 하루에 세 번씩이나 한다? 요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요? 뒷면을 보면 더욱 가관입니다. 참석하는 모든 분들께 장미칼 사진 밑에 기념품을 무료로 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쯤 되면 순전히 호객용 전단지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저 장미칼을 팔려나요? 초기 상조회사들이 이렇게 사람을 모았다던데.(2016.03.12)




이번 겨울이 잣나무 씨앗의 발아에 좋은 환경이었는지 몇 개 안보이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곳곳에 새싹이 보입니다. 오늘은 산행 도중에 길을 멈추고 잣나무 새 싹이 얼마나 되는가를 세어 보기로 했습니다. 새 싹들 모두가 낙엽 속에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행여 밟을세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50여m 길옆으로 하나하나 찾은 게 100그루에 이르자 더 찾는 것을 그만 두었습니다. 새 싹 모두 우면산의 튼튼한 동량재로 자라기를 바라며 오늘 산행은 나무 세기로 마쳤네요.(2016.03.12)




아침 9호선 전철 속에 앉은 한 사내가 코를 골며 자고 있습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마치 뇌성벽력이 전철에 쏟아진 느낌입니다. 당연히 모든 승객들의 눈이 그리로 가는 수밖에요. 자는 사내야 안방처럼 편안하겠지만 양 옆에 앉은 아가씨들이 곤혹입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는 마치 코골이의 주인인양 오해 받기 십상이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부동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세 개역을 지나도 계속되자 이를 못 참은 오른쪽의 아가씨가 일어나고야 맙니다. 아마 지금도 코를 골며 자고 있을지 모릅니다.(201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