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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면 물건 하나를(2015. 12.28~2015. 12. 31)

강남석 2016. 1. 1. 12:30

12월31일입니다. 사실 여러 긴 날 중의 어느 한 날에 불과하지만 오늘 자의로나 타으로나 다니던 직장으로 마지막 출근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2003년 12월 31일 바로 저의 모습입니다. 조금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면서도 주변의 여건을 제 스스로가 허락하지 않아서 그냥 사표를 쓰고 나름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종무식을 기다렸습니다. 11시가 넘어서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무슨 연유인지 종무식 소식이 없었습니다. 가방 하나를 들고 쓸쓸히 회사를 빠져나왔습니다.(2015.12.31)

 

 

 

 

70년대 전남 승주군 월등면 갈평리의 친구 집 화장실은 2층이었습니다. 흙 계단 두세 개를 걸어올라 남해화학 비료포대 문을 젖치고 들어서면 다듬어지지 않은 통나무 몇 개가 기다립니다. 발을 잘못 닫으면 빙그르 돌아서 빠질 우려가 있는지라 가운데 천장에서 내려온 새끼줄을 잘 잡아야 합니다. 이윽고 옷을 내리고 일을 보면 첫 발을 발사하자마자 저 아래 구석에서 검은 게 쏜살같이 달려옵니다. 으악! 검정 똥돼지입니다. 바로 돼지의 식사가 시작되는지라 두 번째 발사부터는..... (2015.12.30)

 

 

저는 마시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베트남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처가식구들과 더불어 나트랑 시내를 구경 중 비를 만나 들어간 곳이 마사지샾. 장모님과 처제들이 한 방으로 가고 저와 장인어르신이 한 방으로 인도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바지를 갈아입으라고 합니다. 장인과 저는 함께 바지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나란히 누우라고 합니다. 나란히 누웠습니다. 소녀티를 갓 벗은 듯한 아가씨 두 명이 들어오더니 우리를 각각 주무르기 시작합니다. 이거 원 쑥스러워서.... (2015.12.29)

 

 

 

어디를 가면 물건 하나를 꼭 두고 오는 실수를 범하는 애엄마를 잘 아는지라 "혹시 빠뜨리고 그냥 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잠시 하면서 제 짐가방을 애엄마더러 공항으로 함께 가져오라 하고 저는 가게에서 공항으로 바로 갔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 역시 예외를 벗어나지 못했나 봅니다. 며칠이 지난 어제 고백을 합니다. “당신 겨울 옷 입고 베트남에서 지낼 뻔했어!” 출국 전 공항으로 오는 택시 속에 제 가방을 두고 내렸다가 우여곡절 끝에 겨우 되돌려 받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콜택시여서 (2015.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