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로 건장한 사내가(2015.11.15~2015.11.19)
어제 오후 멀리 남산타운 아파트에서 85세 할머니께서 우리 가게에 오셨습니다. 여기서 친구 분을 만나기로 했다며 찾느라 몹시 힘드셨다 합니다. 차 한 잔을 같이 하면서 90세 할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셔놓고 자신은 혼자 지내는 이야기 등등을 하면서 친구 분을 기다리는데 30여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할머니 손에 쥔 쪽지를 보았습니다. 양재역 4번 출구 유미사라는 상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전철역 입구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한 정거장을 더 가시라고 했습니다. 잘 가셨겠지요?
(2015.11.19)
송내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병원 앞에서 잘 내렸습니다. 병원에 설치된 안내판를 따라 장례식장으로 가려니 건물 하나를 360도로 빙글 돌아서 도로 그 자리 근처입니다. 버스 정류장 길과 건물 사이의 5m정도 설치된 나무울타리 때문에 그 옆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장례식장을 병원 입구를 찾아 100여m 더 걸어서 온 것입니다. 주의 깊게 저의 앞쪽만 아니라 뒤쪽과 옆쪽을 조금만 살폈어도 수고를 덜 했을 것인데. 예전에는 없던 일들인데 나이 들어가면서 감각이 둔해진 탓으로 돌려야할지.(2015.11.18)
세상을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한 번도 저보다 먼저 일어난 적이 없는 아니 항상 제가 깨워줘야 일어나는 애엄마가 오늘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온 집안에 클래식이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이것뿐이 아닙니다. 일찍 일어나 컨디션이 좋은지 저에게 “요즘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건넵니다. 이거 웬일입니까? “미안하다”는 말 역시 듣던 중 처음일입니다. 화답하는 의미로 저도 집에서 뭉그적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함께 2층 사우나실로 내려갔습니다. 마치 무척 다정한 부부처럼...(2015.11.17)
샛강역에서 전철에 오르자 누가 반갑게 내 이름을 부릅니다. 오늘은 용인으로 출근하는 친구가 저를 먼 저 본 것입니다. 그러데 옆에 세련된 옷차림의 아가씨가 함께 방긋 웃습니다. 친구의 딸아이는 내가 잘 기억하는 터라 아니고. 딸아이 친구라면서 노량진에의 고교에서 교사로 근무한다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정말 예쁘고 상냥했습니다. 순간 저런 아이가 며느리로 왔으면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듭니다. “아니야 저 정도 아이가 어디 우리 홍구를 쳐다나 보겠어?”(2015.11.16)
가게로 건장한 사내가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화장지를 꿔달라고 합니다. 살다가 화장지를 빌리는 분은 처음 봅니다. 티슈 몇 장을 뽑아주니 그거 가지고는 안 되며 급하다 합니다.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진 것이지요. 두루마리 화장지 한 롤을 건네며 “잘 쓰시고 나머지는 다음 사람을 위해 화장실에 두고 그냥 가시라.”고 했는데 용변을 마치고 다시 왔습니다. 물론 감사의 인사를 건네러온 것입니다.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다음에 들려서 꼭 홍삼을 사겠습니다.” “ 아 꼭은 안 오셔도 됩니다. 편히 가셔요!”
(201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