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화장실에 들어서려는데(2015. 11.02~2015. 11.06)
샤워 후 좁은 공간에서 두 남녀의 다음 동작은? 어제 밤 2층 사우나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11층을 누르는 사이 저처럼 샤워를 마친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아직 머리를 덜 말린 아짐 한 분이 들어오십니다. 예의 바른 저의 인사. 고개를 숙이는 듯 하시드니 22층을 누릅니다. 이윽고 출발. 둘의 시선은 서로 자기 앞만 응시하고 물론 저는 흘끔 그 분 얼굴을 가끔 더듬었으며, 그 짧은 어색한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 11층의 문이 열렸습니다. (2015. 11.06)
기억 속에서 또 한 사람의 이름을 지워냅니다. 비록 그가 쓸 부분이 쟁점이 될 근현대사 부분이 아닌 고대사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선택을 하셨으므로. 최몽룡 교수 이야기입니다.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인류학 개론을 그분께 들었는데 말씀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야외수업 등 다양한 강의 기법을 선보여 서울대로 옮겨 가신 이후에도 계속 근황을 살피곤 했었는데요. 세월에 무뎌지신 것인지 소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입장에서는 실망이 큽니다. (2015. 11.05)
올 해들어 부쩍 애엄마가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니 하는 일이 몸에 부칠 때가 많아서일 것입니다. 겁이 벌컥 났습니다. 저러다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싶어서요. 이제까지는 좀 이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제 몸의 건강에만 신경을 써왔는데 아무래도 그 영역을 애엄마까지 확장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하여 어제는 가게에서 홍삼 한 달분을 보에 싸들고 갔습니다. 그리고 아침 안전에 바쳤습니다. 역시나 “그래도 남편밖에 없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네에! (2015.11.04)
예술계 특목 고등학교의 입시가 한창입니다. 아울러 오늘은 제가 아끼는 후배 딸아이의 실기전형이 있는 날입니다. 평소에 재능도 많고 열심히 연습을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편히 이야기하지만 예술을 하는 자녀를 둔 부모 노릇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한참 크고 먹어야 할 아이의 음식 절제시켜야지, 끊임없는 연습 따라다녀야지,어떤 틀을 강요하는 선생님과 이를 거부하는 아이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조종해야지 등등 인내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못합니다.
(2015.11.03)
건물 화장실에 들어서려는데 남자 한 분이 발로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무관하게 문을 밀고 들어가려하니 그때서야 얘기를 합니다. " 제 집사람이 지금 이용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옆이 바로 여자화장실인데 급한 김에 문이 열린 남자 화장실에 뛰어든 아내를 나름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남녀 화장실이 구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곳을 이용하라는 법은 없지요. 가급적이라는 말이 숨어 있을 텐데. 그래도 섞어지면 남자들이 더 쭈뼛쭈뼛할 것입니다. 우선 저부터.......... (201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