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산을 오르는데(2015.05.20~2015.05.24)
다음 주 토요일이 망종이니 이제 보리가 다 익어 수확시기가 다가왔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모두들 탈곡기를 이용하겠지만 보리농사가 적었던 우리 집은 모조리 도리깨질로 보리알을 털어냈습니다. 타작을 끝낸 저녁나절은 식구들의 온 몸이 보리까끄라기로 인해 가려웠습니다. 그리고 보릿짚, 그러니까 탈곡을 끝낸 보릿대를 이리 꼬고 저리 꼬아서 만든 여치집이 아마 제가 세상에 나와 최초로 만든 공예작품이었지요. 그런데 지금 보릿대를 갖다 주어도 만들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2015.05.24)
도시락을 싸고 있는 애엄마에게 한 말씀을 건넵니다. “요즘 보면 우리는 서로, 서로에게 바람직스런 방향으로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영향으로 집에도 좋은 기운이 넘치고 있어! 지난 젊은 시절 왜 나는 내 주장만 일방으로 고집했는지 후회스러워!” 애엄마의 대답입니다." 지난 날 애들 키우고 나면 갈라서야겠다는 생각을 쭉 했었어. 그러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내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당신 또한 용서가 되더라고." 네에 자신에 대한 사랑과 용서가 세상의 출발입니다. (2015.05.23)
아침에만 무려 세 번이나 오른쪽 발가락이 수난을 당했습니다. 한번은 안방의 화장실 문턱에서 또 한 번은 아파트 샤워실 바닥 경계틀에서 또 한 번은 우면산 중턱의 계단에서 입니다. 모두다 위아래의 경사 차이 입니다. 작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지나치면 여지없이 찍히고 말지요. 아직까지 얼얼한 발가락에 나의 부주의를 사과하면서 그래도 이만함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아침에 이런 저런 일을 겪었으니 이제 좋은 일 즐거운 일만 남았습니다. (2015.05.22)
한강변의 죽은 거북이 한 마리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정확히는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남생이였습니다.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보기가 힘든 것들이어서 자라나 남생이를 손으로 잡는 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였던 치우라는 친구가 새끼자라 한 마리를 용케 잡아 그걸 필통에 넣어 학교로 가져와 저에게 선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져와 방에 놓고 들여다보다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사라지고 없는 것입니다. 기쁨은 잠깐이고 허탈했던 마음이 길었던 추억이. (2015.05.21)
지난 일요일 산을 오르는데 엉덩이에서 무언가 부-욱 찢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소리에 비해 아픈 곳은 없어서 엉덩이가 찢어진 것은 아니구나 생각하고 집에 와서 살펴보니 팬티가 엉덩이 중앙선을 따라 주-욱 찢어져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 추출작업 차 엎드리자 다시 엉덩이 쪽에서 또 부-욱 찢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하! 몇 년 전 팬티 10장을 한꺼번에 구입하여 요일별로 색깔을 달리하며 입었는데 마모의 속도가 같다보니 이제 차례로 저하고 결별의 수순을 밟나봅니다. 아쉽지만 보내야지요! (201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