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제대로 살아가려면(2015.03.27~2015.04.02)
집으로 열대과일 두 상자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아들의 친구엄마가 보내온 것입니다.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야하지만 문제는 개운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아들 친구가 우리 이사한 날 짐을 싸들고 우리 집으로 와서 여태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일 년이면 몇 번 있는 일이어서 평상시 같으면 개의치 않겠지만 이사 직후라 우리 역시 정리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 집에도 아빠 집에도 마음을 못 붙이는 아들의 친구가 짠할 뿐입니다. (2015.04.02)
아침에 일어나신 어머니께서는 간밤에 방문한 친정 조카 둘을 안고 오열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실 것입니다. 물론 아들인 제가 다녀간 사실도 당연히요. 목포 조문 시 상에 나온 홍어가 너무 맛이 좋아 염치불구하고 한 접시만 싸달라고 했습니다. 홍어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두 분께 말씀을 드렸는데 오늘 드셨는지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기력이 쇠잔하셨는지 누운 채로 외가 동생들의 인사를 받으시고. 그렇게 새벽에 도착한 서울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2015.04.01)
최근 9호선 연장개통으로 늘어난 승객들 때문에 여론이 한참 뜨겁습니다만 여의도 샛강역은 묵묵히 자기이름 역할에 충실합니다. 뒤에 오는 급행을 기다려 먼저 보냅니다. 더 서있으니 타는 저도 차분합니다. 직전에 급행을 보낸 덕으로 공간 역시 여유가 있습니다. 간간 경로석에 앉아서 오는 행운도 있습니다. 저를 태운 전철은 묵묵히 급행 뒤를 쫒다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저를 내려주고 한 정거장 더 간 사평역에서 뒤따라오는 급행을 기다려줍니다. 사평역도 샛강역을 본받은 것입니다. (2015.03.31)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어제 모임에서는 친구들이 점을 보고 온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도 집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점을 보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입대하기로 결정했을 때 역시 점을 빠뜨리지 않으셨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귀인을 만나 편히 지낼 운이라더라!" 이렇게 일러주셨습니다. 진짜로 저는 신병훈련 과정에서 언제 귀인이 나타나겠지 하는 희망으로 보냈습니다. 역시나 자대배치를 받자마자 그 귀인이 제 앞에 나타나 “그래 어느 부서에서 근무할래?” (2015.03.30)
현대를 제대로 살아가려면 아는 것도 참 많아야합니다. 밴드를 업데이트 하려는데 달리기만 계속하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어서 인근 스마트폰 대리점 직원에게 방법을 문의했었는데 그 사이 또 잊었습니다. 오늘은 삼성전자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담사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서 업데이트 기능을 정상화 시켰습니다. 또 잊을까봐 혼자 반복연습까지 마쳤습니다. 저도 이 시대의 보통사람으로는 남아야하지 않겠습니까? (201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