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명절 때만 되면 유독(2015.02.18~2015.02.22)

강남석 2015. 2. 22. 10:19

명절을 앞두고 무리를 하더니 드디어 애엄마가 감기몸살의 침투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틀간 꼼짝없이 신음소리와 함께 누워있습니다. 우리 가정에서 그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 저를 비롯한 남은 가족들은 대략난감입니다. 뭔가 저도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막상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따뜻한 물이나 가져다주고 그분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꼿발로 다니는 등 그저 조심 조심입니다. 오늘 집에 들어갈 때쯤이면 "이제 괜찮네!'하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2015.02.22)

 

 

 

 

정월 초사흘 어머니와의 전화 "엄니! 오늘이 뭔 날인이지 아세요?" 설거지를 하고 계시던 어머니 " 뭔 날일까? 설날이냐? " 오늘은 우리 어머니의 84세 생신일입니다. 정작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생일도 까맣게 잊으시고 반 그릇도 채 안 되는 아침식사를 아버지와 둘이서 마치셨을 것입니다. 생신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리니까 그때서야 " 오메 그러냐? 고맙다!" 고 하십니다. 참 자식들 다 소용없습니다. 알량한 전화 한 통화로 끝입니다. 이를 꾸짖듯 밖은 비가 내리네요.(2015.02.21)

 

 

 

 

설 전 날의 야밤, 그간 생업에 바빠 지친 몸으로 시댁에 가느라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그도 운전도 못하는 남편을 옆에 태우고 졸리는 눈을 비비면서 운전을 하는 애엄마의 마음속은 어땠을까요? 노부모가 눈 빠지게 기다리는데 가게 일 때문에 일찍 내려가지 못하고 꼭 전 날 밤에야 운전도 못해서 마누라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졸지 않으려고 갖은 힘을 쓰는 제 마음 속은 또 어땠을까요? ㅎㅎㅎㅎ갈 때는 갈등과 대립, 올 때는 용서와 화해. 이것이 저의 사는 모습입니다. (2015.02.20)

 

 

 

을미년 설날을 어머니의 눈물바람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거실로 나오신 어머니께서 며느리를 보시자마자 부둥켜안고 울음을 토해내십니다. 반가운 마음과 본인께서 치매로 겪으시는 여러 설움을 한꺼번에 표출하시는 것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 마음이 많이 아렸습니다. 지난번 저의 간절함을 아셨는지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지금 여기 이대로"였습니다. 세배를 드리며 또 다시 "지금 이대로만"을 속으로 읊조립니다. (2015.02.19)

 

 

 

명절 때만 되면 유독 봉급시절이 그리워집니다. 휴일 앞 둔 전 날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오는 재미, 그리고 이어지는 휴일은 업무에서 완전 벗어날 수 있는 여유, 그런 것들이 항상 설레게 했었는데요. 지금의 자영업은 자의든 타의든 명절 전날 밤까지도 자리를 지켜야하고 심지어 명절 당일도 마음 편하게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오늘 남부터미널 오가는 행인들과 길가에 늘어선 전세버스들을 보면서 저녁시간 어떤 방법으로 목포를 갈까 궁리 중에 있습니다.(201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