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막역한 친구의 둘째 며느리가(2014.12.09~2014.12.12)

강남석 2014. 12. 12. 14:04

딸아이의 오늘 생일을 맞아 우리 가족만의 축하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의 식당에서-아 이럴 때는 레스토랑이라 하지요-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포크와 칼을 쥐고 엄청나게 맛있는 표정과 함께 폭풍 흡입했습니다. 또한 늦은 밤 집 앞 킴스클럽에서는 카트를 밀며 아침상을 차릴 모녀의 장보기를 졸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우리끼리 술 마시는 시간은 그리 잘 가는데 어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이리 더디 간답니까? (2014.12.12)

 

 

 

어제 어떤 모임에서 술자리가 길어지자 예의 제 버릇처럼 다른 쪽 방으로 가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고 있는 모습을 한 친구가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침 그 사진에 담긴 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아시아의 고통을 저 혼자 안고 사는 듯 잔뜩 찡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지요. 항상 온화하고 미소가 흘러야 하는데.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의 모든 근육을 움직여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굴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2014.12.11)

 

 

 

그제 손님이 들어오시더니 간판에 불이 안 들온다는 것입니다. 역시 나가보니 우리 것만 깜깜합니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합니다. 배전반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타이머작동이 안되는지 살폈는지 그도 멀쩡합니다. 업체를 부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분들 무조건 사다리차 비슷한 거 몰고 와서 수선떨다가 20여만원 달라고 할 것 틀림없습니다. 좀 아까웠습니다. 어제 어두워지자 제가 배전반 스위치를 이것저것 마구 눌렀다 놓았다 반복했습니다. 만세! 살렸습니다. (2014.12.10)

 

 

 

공부의 끝과 목적은 어디일까요? 어제 친척 조카가 불란서 유학 한 과정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다시 박사 과정을 하겠다고 조르는 모양입니다. 나이도 있고 집안 형편을 고려해서 공부는 그만하고 취업을 했으면 하는 게 부모들의 간절한 생각인데.저는 그 당시 대부분 그렇듯 학교 빨리 졸업해서 얼른 돈 벌어 부모님 걱정 덜어 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요즘은 시대가 조금은 달라졌지요? 아니면 공부를 잘해서 취미로 생각하는 탓인지......(2014.12.10)

 

 

 

막역한 친구의 둘째 며느리가 가게에 왔습니다. 몸이 불어 처음에 못 알아봤는데 내년 2월이 산달이랍니다. 박사과정에 합격하여 교수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이라며 홍삼을 사겠다는데 이거 친구 아들이면 모를까 며느리에게 돈 받기가 거북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결혼 전후의 시부모님에 대한 인상을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워낙 오래 봐와서 똑 같다"는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친구는 모를 것입니다. 제가 친정 부모님께 더 잘하라고 말한 것을ㅋㅋㅋㅋ! (201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