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대성사에서 소망탑에 이르는(2014.09.05~2014.09.09)

강남석 2014. 9. 6. 11:09

어머니 용서하세요! 치매인 엄니의 반복되는 질문에 답을 하다가 한 번 쯤 짜증어린 대답을 한 이아들을 용서하세요. 3분 간격으로 엄니가 가지신 9만원 전부를 한 장, 한 장, 저에게 모두 주셨는데 되돌려 드릴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올라온 이아들을 용서하세요. 하루만 더 자고 가라는 간절한 엄니의 말씀을 저버린 이아들을 용서하세요. 베란다에 매달리셔서 저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드시는 모습을 끝까지 보지 못한 이아들을 용서하세요! (2014.09.09)

 

 

 

성묘 길에 어머니를 동반한 것은 그간 치매진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제 집 밖을 벗어나자마자 집 쪽의 방향을 전혀 모르십니다. 집 주변의 가벼운 산책도 혼자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저를 보면 몇 번씩 들먹이던 손자손녀 이야기도 이제 사라졌습니다. 보행속도도 현저히 둔화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 반사적으로 기억하고 계시는 것은 아파트 동호수와 현관문의 비밀번호입니다. 그리고 아들인 저에게 수시로 차비를 주는 일입니다. (2014.09.08)

 

 

 

명절이면 도지는 아버지의 술주정에 항상 긴장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목포로 내려오는 차속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광주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목포 집을 찾은 둘째동생 가족을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마구 혼내는 바람에 두 시간 만에 쫓겨나다시피 나와서 할 수 없이 다시 광주로 간다는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술이 취하시면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데. 오늘 추석 날 아침 그래도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산소에 가야지요, 저만!  (2014.09.08)

 

 

저의 경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일 떨어지는 지적능력이 외우기 같습니다. 책을 읽거나 주위의 관심사를 살피면서 통째로 외워서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절대로 외워지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해하거나 기억을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영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재정적 혹은 물질적인 것이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잠재의식에서 반복되는 기억들입니다." 이 글도 외우고 싶은 구절 중의 하나입니다. (2014.09.07)

 

 

 

지금 남부터미널 거리에는 귀성객을 태울 관광버스와 전세버스가 줄을 이어 서 있습니다. 정규 차편이 모자라 임시로 편성된 차들이라서 모조리 차 시간과 행선지를 알리는 표지를 붙이고 밖에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냥 버스 나름대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터미널이나 역 주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출발했었는데 이도 진일보한 것입니다. 과거에 저도10시간 이상을 걸려 목포까지 간 적이 많습니다. 뭐 지금처럼 차라도 좋았나요? 다 덜컹덜컹, 흔들흔들! (2014.09.06)

 

 

대성사에서 소망탑에 이르는 오르막 산 비탈길을 미친 듯이 뛰어보자고 약 5m쯤 손을 앞뒤로 흔들며 뛰었을까요? 갑자기 저 앞에서 위아래 검정 옷을 입은 아짐 한 분이 양 팔을 원형으로 돌리며 미친 듯이 달려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거 웬 황당 시츄에이션. 저는 갑자기 이런 제 모습이 쑥스러워 발을 멈췄는데 이 아짐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자세 그대로 제 곁을 휙 지나갑니다. 저 보다 내공이 훨씬 깊은가요? 아무튼 오늘 우린 미친 듯이 달리는 큰 파장 속에 같이 있었습니다. (201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