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건물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2014.08.16~2014.08.20)

강남석 2014. 9. 4. 18:31

 

단잠을 자고 잇는 새벽 두 시무렵 애엄마가 황급히 저를 깨웁니다. 아직 딸아이기 안 들어왔으며 전화도 안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 홍구가 집 근처를 둘러보러 나갔답니다. 순간적으로 강탐정의 머리가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처음 할 일은 딸아이에게 전화! 물론 신호가 계속 가지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느낌은 좋습니다. 현관 점검! 신들이 늘 널려있으니 별다른 특이점은 없으나 잘 안 신는 신발 하나. 이윽고 딸아이 방. 아니? 전화기를 움켜쥐고 자고 있는 딸아이! 상황 끝. (2014.08.20)

 

 

신호등에 걸려 선 횡단보도 제 양 옆으로 우연찮게 세 명의 여인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셋 다 발가락이 드러난 샌들과 오픈 토슈즈를 신고 있었으며 모두 제 각각의 패디큐어로 발가락에 멋을 부렸습니다. 안경을 쓴 가장 어린 나이의 소녀는 그냥 투명한 색을 써서 자연스러웠으며 청색 블라우스의 여인은 엄지발가락 둘에 각각 다른 원색을 써서 확연히 발가락이 드러났습니다. 한 분은 그냥 하얀색이네요. 그런데 누가 이렇게 자세히 볼까요? 결국 화장도 자기만족이 아닐까싶습니다만. (2014.08.19)

 

 

일요일 목포에서 올라오는 아침 9시 20분 고속버스 속 제 옆자리의 아저씨! 앉자마자 맥주 한 캔을 호기롭게 들이 마십니다. 한 시간여나 지나서 차가 고창을 갓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일어났다 섰다를 반복하십니다. 오줌이 마려우신 것이지요. 이윽고 저에게 묻습니다. “얼마나 더 가야 휴게소에서 쉽니까?" "아이고 아직 한 시간 반 정도가 더 남았습니다. 참기 힘드시면 그냥 물병에다 실례하셔요." 야속한 차는 정안휴게소 5km지점을 남기고 이제는 밀리기까지. (2014.08.18)

 

 

인연이라는 거 참으로 오묘합니다. 터미널에서 기다리던 목포의 후배들과 진도 운림뜨락으로 가면서 저와 진도와의 사람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운림뜨락의 센 기운을 설명하면서 강진과 영암 사이 밤재 부근의 거친기운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곧 바로 운림뜨락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와 누이가 진도 제 친구의 이모와 삼촌이었으며 이어 조문차 방문한 목포의 장례식장에서는 밤재에 얽힌 그분의 자제분을 만났습니다. (2014.08.17)

 

 

건물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왔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아차차 핸드폰을 두고 온 것입니다. 큰일이다 싶어 빛의 속도로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아뿔싸 제가 나온 칸의 문이 닫혀 있는 것입니다.별 수가 있겠습니까? 부탁을 해야지요." 저 미안합니다만 거기 안에 계신 분, 화장지 위의 핸드폰 좀 밑으로 주시겠습니까?" 짧은 시간이지만 조마조마합니다."아! 네에 여기 있네요." 문 바닥으로 핸드폰이 나옵니다. "반갑다. 핸드폰아! 그리고 미안하다." (201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