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부익부 빈익빈이 사람에게만(2014.07.28~2014.07.29)

강남석 2014. 7. 29. 16:56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녹음 기능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제까지 저와 다른 사람들의 통화내역 일부가 녹음이 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제가 어딘가 잘못 작동을 했었겠지요. 그런데 오늘 이를 되돌려보니 제 목소리가 정말 가관입니다.

상대가 이야기할 틈도 주지 않고 제 이야기만 빠르게 늘어놓고 있습니다.

누가 달려오나요? 이런 제가 밉습니다. (2014.07.29)

 

 

 

 

무안에서 양파즙이 왔습니다.강원도에서 옥수수가 두 번 왔듯이 이번에는 양파즙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처음의 양파즙은 본인이 직접 처녀 지은 양파를 즙으로 가공해서 보냈다면 이번 것은

양파농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그리고 거기다 저에 대한 정을 보탠 것입니다.

둘 다 저에게는 모두 소중하고 제가 그래도 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양파즙을 먹고 피가 깨끗해지면 그 힘을 어디다 쓸꼬? (2014.07.29)

 

 

 

 

출근하여 포스에 전원을 넣으면 보고 싶지 않은 숫자가 먼저 뜹니다.

전일 제 가게의 분야별 매출순위를 알리는 숫자입니다. 늘 그러려니 넘깁니다만 요즘에 느끼는 것은

"각 매장 모두가 정말 힘들게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닥을 길 것이라고 예상한 순위가 중간에 가 있는 날 더 그렇습니다.

 혼자만 뒤쳐져 있다면 저 혼자 분연히 일어나 더 노력하면 될 일인데 그렇지 않다는데 우리 모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자 힘을 내십시다. 정관장 만세! 우리 점주 사장님들 만세! (2014.07.29)

 

 

 

 

이른 아침 가게 이웃의 잘 알고 지내는 아짐이 숏 컷에 가벼운 분홍색 티를 입고

살짝 화장을 한 얼굴로 저를 찾아 오셨습니다. 여느 날 보다 좀 더 예뻐 보입니다.

손에 스타벅스 두 잔을 들고 오시면서 제 것에는 크림을 듬뿍 넣었다고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잠시 나누다가 어찌 냉커피를 대접받은 제가 덕담을 빠뜨릴 수가 있겠습니까?

“어디서 머리를 그리 예쁘게 하셨습니까? 사진 찍어두시고 꼭 그리 간직하세요!"

갑자기 아짐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활짝 폈습니다.(2014.07.29)

 

 

 

 

부익부 빈익빈이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나무에도 있습니다.

지금 서초중앙로의 가로수들은 일제히 몸에 물과 영양제가 가득 든 25L들이 비닐봉지

하나씩을 몸에 달고 마치 링거액처럼 몸에 천천히 주입 받고 있습니다.

나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지자체의 정성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꼭 좋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시골나무들이 서울로 수학여행을 와서 서울나무들이 호강하는 모습을 보면 뭐라 이야기할지 궁금합니다.(201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