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엄마의 금주령이 해제되어(2014.06.10~2014.06.14)
간밤에 한기가 느껴져 일어나 불을 켜고 장안의 이불을 꺼냈습니다. 덮으려는 순간 베개 옆에 이미 놓여있는 이불을 보았습니다. 아침 동네 사우나 평소 익숙한 문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습니다. 당기면 간단한 것을 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가게, 필요한 서류를 찾으려고 화일철을 뒤졌습니다. 다 있는데 그 서류를 넣은 화일철만 보이지 않습니다. 한 시간여 곳곳을 샅샅이 뒤졌으나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맨 처음 보았던 화일꽂이 없으려니 안 보았던 화일철 속에서.... (2014.06.14)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제 주변의 모든 사물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저의 말을 알아듣고 또한 제 마음까지도 읽어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늘 부족하지만,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습니다. 연습장에서 전반 9홀은 퍼팅이 계속 벗어났습니다. 후반에 들어가기 전 퍼팅라인을 말로 달랬습니다. 그리고 정성을 다했습니다. 역시나 완전 게임으로 보답하더군요. 고마워요, 퍼팅! (2014.06.13)
하얀 블라우스가 젖어서 속살이 다 비치는 아짐이 가게 문 앞에 서서 저 더러 "수건을 좀 줄 수 있냐"고 하십니다. 어제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대책없이 몸을 맡겨버린 우리 고객 중의 한 분 이셨습니다.'아이고 들어오셔요. 여기 수건으로 우리 다락같은 창고에 들어가셔서 옷을 벗으시고 몸을 닦고 나오셔요!" 별 망설임 없이 아짐께서 수건을 들고 들어가십니다. 저는 그 순간 갑자기 나뭇군과 선녀를 생각합니다.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시려나? (2014.06.12)
"사장님 항상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라고 얼굴 뵙기 힘들겠네요. 제가 이 일을 한지 3개월째 접어드는데 사장님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힘들 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창하실 거에요. 회사가 6월말로 정관장과 계약이 종료된답니다." 우리 가게에 홍삼을 배송하는 기사가 어제 저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입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일을 대하는 자세가 좋고 항상 씩씩해서 가끔 덕담을 남긴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생각했다니 가상한 일입니다. (2014,06.11)
애엄마의 금주령이 해제되어 요즘 좀 자유롭게 술을 마셨는데 이제 스스로 술을 끊어야겠습니다. 어제 소주 딱 세병을 둘이 나눠 마셨는데도 불구하고 아침까지 숙취가 남아있고 정신은 다른 세계에 들어가 있습니다.마침 지나가는 버스 광고판의 STUPID라는 단어가 이런 나를 조롱하는 듯 싶습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 되겠지만 이제 저는 술 곁을 아주 떠나야겠습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물잔으로 대신 하렵니다. (201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