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어느 탁발승(2025.03.05)
강남석
2025. 3. 5. 05:28
10여 년 전부터 수시로 가게에 들러 탁발을 해가던 스님이 있었습니다. 항상 건들거리며 하는 양이 방정하지 못해 제가 마음속으로 땡초라 명하고 저 역시 함부로 대하기도 했었는데요. 최근 몇 년간 안 보여 저하고 연을 스스로 끊었나 생각하며 잊고 살았는데 오늘 갑자기 전보다 훨씬 단정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서 어찌 된 영문이냐 물었더니 코로나 등으로 세속과의 연을 피해 그간 공부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마침 펼쳐진 금강경을 보더니 저에게 사구게 몇 개를 암송하면서 보현보살 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땡초라 무시했던 저를 무색하게 만들었는데요. 앞으로는 정중하게 맞이하렵니다.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탁발을 하는 스님이 계십니다. 행여 문수보살의 현신일지 몰라 저도 일정액의 시주를 꼭 했는데요. 어제부로 그 스님을 땡초로 명했습니다. 본시 불량기가 보였으나 저를 시험하나 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건넸는데요. 어제는 더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딱 그 수준이라 했더니 그러면 자기에게 홍삼이라도 하나 선물로 달라고 합니다. 확실히 문수보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가라고 했습니다. 저 땡초 그래도 몇 개월 지나면 또 올 것입니다. (2018년 2월19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