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온탕 속의 두 사내(2025.01.10)

강남석 2025. 1. 10. 07:58

.
37도와 38도 사이를 오르내리는 온탕에 두 사내가 앉아 있습니다. 마주 보고 앉았으나 눈은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하고 다른 몸은 물속에 있으니 알 길이 없습니다. 물론 그중 한 사람은 저입니다. 그런데 앞 분이 어디서 본듯한데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음 날은 서 있는 채로 마주칩니다. 연세는 저보다 더 들어 보이나 용모가 수려합니다. 여전히 본듯한 생각은 떠나지 않았는데요. 3일째 서초동 길을 가는데 그분의 이름과 함께 직업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과거 명절에 우리 가게에 두어번 들리셨던 의사 선생님입니다. 전 같으면 10초면 떠오르던 기억이 3일 걸립니다. 다음날 벗은 채로 마주치자 제가 가볍게 목례를 드렸습니다. 선뜻 받으시지만 아마 제가 누구인지 모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