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어느 노망(2023.12.25)
강남석
2023. 12. 25. 08:25
우리 사회의 도덕과 교양 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려서는 흔하게 들었던 “노망났다”는 소리를 요즘은 좀체 듣기 어려운데요. 하루 내내 영하의 추위가 계속된 지난 토요일 9호선 전철 교통 약자석에 혼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옆 비상통화장치문을 거칠게 열더니 마이크를 들고 난방을 꺼달라고 소리를 칩니다. 잘 못 알아먹는지 서너 번을 시도 후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아 옷 옷을 걷어 젖히며 분을 못 이깁니다. 전철 속의 다른 분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이윽고 동작역에 이르러 잠시 멈춘 사이 사태를 파악하러 달려온 역무원 두 분에게 삿대질과 함께 욕설에 가까운 시비가 시작됩니다. 노망났다는 말씀 외에 달리 표현방법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