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고구마순을 뜯는(2023.11.03)

강남석 2023. 11. 3. 08:09

가게 앞 의자에 앉은 나이든 아짐 한 분이 옆의 고구마 순을 열심히 뜯습니다. 다들 오며 가며 푸른 빛만 느끼고 가는데 처음 일입니다. 아마 잘 다듬어 누군가의 밥상에 올리려고 저리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행여 지켜보는 것을 알아채면 민망해 할 것 같아 숨어서 잠깐 보다가 제자리로 왔습니다. 이제 곧 서리 내리면 모두 그 운명을 다할 고구마순에 저리 다시 생명을 더하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세 줄기의 순을 뜯으셨는데 내일 또 오셔서 더 뜯어가시면 좋겠습니다. 무성하던 잎이 사라지면 밑도 파볼 생각인데 작년처럼 올해도 단 한 뿌리의 고구마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더운 여름 내내 싱그러운 녹음(綠陰)을 선사한 고구마 잎들에게 그저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