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어느 총각의 차비(2023.11.01)
강남석
2023. 11. 1. 07:55
이른 아침 손을 내미는데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동작역에서 한 총각이 저에게 오더니 차비가 부족하다며 천원만 달라고 합니다. 하얀 얼굴에 위아래 검정 옷차림이 단정하게 보입니다. 진위 여부를 살피기 위해 몇 가지 물어보니 29살로 서울역 주변 고시원에서 지내며 지금 일을 나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머뭇거리고 조금 어설펐으나 5천 원 한 장을 건네며 열심히 살라고 했더니 나중 갚겠다고 합니다. 저 돈을 받고 자신의 연기에 흡족했을지 아니면 진짜로 차비가 모자라 감사한 마음일지 모르겠으나 그 어느 경우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냥 보내고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것보다는 제 마음의 평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