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매미와의 이별(2023.08.20)
강남석
2023. 8. 20. 08:21
산야에 매미 소리 일제히 멈추고 풀벌레 우는 소리 드높아가는 새벽 여의도 길바닥에서 누워 영면을 기다리는 두 마리의 매미를 만납니다. 행여 시신이라도 밟힐까 옮겨 주려는데 누워 기다리던 한 마리는 싫은지 그대로 뱅뱅 돌아 멀리 피합니다. 말없이 제 손에 안긴 한 마리만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울기 시작합니다. 저의 성의가 고마운 것인지 다해가는 자신의 목숨이 서러운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참을 울어대더니 흑석동 강가에 이르러 조용해져 옆의 벚나무에 살짝 내려놓았으나 거기도 자신의 자리가 아닌지 이내 아래 풀숲으로 떨어졌습니다. 7년 뒤에나 나올 오늘 매미의 자식들을 제가 잘 돌볼 것을 약속하며 가던 걸음을 재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