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옆자리 할머니께(2023.08.17)

강남석 2023. 8. 17. 07:45

고속버스터미널역 전철에 앉아 있는 저에게 옆의 할머니께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습니다. 환승을 위해 옥수역에 내린다고 하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짧아서 안 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굴에 슬픈 기색보다는 증오와 오기가 가득합니다. “무슨 일로 힘드신지 모르겠지만 그 일에 대한 생각을 끊어 버리셔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아무리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한들 그대로 내 마음에 머물러있어 계속 자신만 괴롭습니다. 한강 넘어갈 때 다리에 던져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고마웠던 일, 즐겁던 일로 채우시고 그 생각만 하셔요. 입으로도 고맙습니다를 늘 되뇌세요.”

* 지는 해와 가는 잠자리(친구 나희경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