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훼방꾼 거미들(2023.07.06)

강남석 2023. 7. 6. 05:31

새벽 한강길을 걸으면 저의 걸음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도 아니며 차도 아니고 옆의 나무나 풀도 아닙니다. 들고양이도 아니고 까마귀 까치 비둘기도 아니며 물속의 왜가리나 오리도 아닙니다. 길을 따라 한강을 연해 있는 울타리 사이사이에 포진한 수천 마리의 거미들입니다. 각자 자신만의 집을 짓고 제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미줄을 얼굴이나 팔에 들이댑니다. 떼어내면 다시 붙고 또 떼어내면 다시 붙습니다. 어린 시절 대나무밭 거미줄에 독하게 걸린 참새 한 마리를 구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거미들의 원망을 사서 지금 제게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꽁무니에서 거미줄을 다 빼고 나서 호기심에 구워 먹었던 큰 거미의 한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