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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여 어서 가라(2023.04.30)

강남석 2023. 4. 30. 16:40

4월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신동엽 시인께서는 그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4월 더러 알맹이만 남기고 껍데기만 가라고 했지만 적어도 2023년 올해의 4월만은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겨울 봄 여름을 수시로 드나들던 들쭉날쭉 날씨와 더불어 움츠러든 경기는 가게에 직격탄을 불러 자영업 시작 이래 첫 손실을 기록하였으며 다른 달과 달리 현저하게 술을 덜 먹었음에도 애엄마에게 지천은 몇 배나 더 들어 저를 마구 위축시킨 악마의 4월에 어디 조금이라도 미련이 있겠습니까? 어서 빨리 보내고 희망의 5월을 맞이하렵니다.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