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나가는 옷들의 슬픔(2023.02.06)

강남석 2023. 2. 6. 09:01

잠시 회사 일을 미뤄두고 집 안 청소에 몰두한 애엄마의 막바지 작업, 드디어 우리 식구 4명 중 서열 4위에 빛나는 저의 옷 정리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집에 있던 저에게 미리 못 입을 옷을 걸러 내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뭔가 실적을 내어놓아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모두가 새 옷 같습니다. “으이그!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야?” 직접 나선 그분의 예리한 칼날에 정체불명, 출처 불명의 옷들이 밖으로 쫓겨나왔습니다. 잘 입고 다니는 옷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을 나와야 합니다. 몇 개를 살리려는 저의 눈물겨운 하소연도 이어집니다. 이윽고 무게를 덜어낸 옷장의 미소가 번쩍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