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요즘처럼 간절하게 술을(2019.12.24~2019.12.27)

강남석 2020. 1. 7. 08:56

완도에서 온 전복 한 상자가 집 냉장고에 뜯기지 않은 채 며칠째 있습니다. 밤 시간 여유가 있는 제가 나섰습니다. 냉동실에 집어넣으면서 두 개는 제가 직접 요리에 나섰습니다. 달걀 후라이에 이은 두 번째 도전입니다. 방식은 뭐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그냥 생전복을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투척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거 익어가는 태도가 달걀과는 완전 다릅니다. 연기인지 냉갈인지를 마구 뿜어댑니다. 금방 집안 전체를 덮어버립니다.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2019.12.27)



지난 크리스마스 날 저녁 고교3년 후배가 가스공사 마지막 봉급으로 저녁을 사겠다며 달려왔습니다. 10년 아래 후배 부부도 케잌을 들고 오랜만에 왔습니다. 매봉역 양촌리라는 음식점에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 바람직한 친구란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 술잔을 마구 기울였습니다. 오늘 여러 가지로 삶의 지혜가 많은 가스공사 아우가 책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제목이 기가 막힙니다.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친구로구나 라는 답을 위하여 책장을 넘깁니다. (2019.12.27)



복잡한 퇴근길의 전철에 경로석이 비어있어서 그냥 자리를 잡고 앉아 행여 저 보다 나이 드신 분이 있나 주위를 살피는데 저 보다 어려보이는 아짐이 다가와 제 옆에 앉습니다. 혼자일 때는 주변의 눈치가 다소 보였지만 동지가 생기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도 아짐이. 그런데 이분 역시 앉아 있는 게 어색했는지 다음 역에서는 일어나 그냥 서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이나 저나 그 자리가 편할 리가 없으니 확실히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임에 틀림없습니다. (2019.12.27)



하루 세끼 중 한 끼라도 건너뛰면 절대 다시 찾아먹을 수 없는 끼니 거르지 않기, 마시면 목 속에서부터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느낌의 물 마시기, 그리고 마음의 정화를 함께 가져다주는 걷기 이 세 가지가 제가 건강을 지켜가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요사이 식사를 거르는 일이 잦아졌고 물 마시는 일도 게을러졌습니다. 가장 쉬운 일이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도하여 역시나 몸에서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옵니다. 끼니, 물, 걷기 이 셋 또한 내년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2019.12.26)



요즘처럼 간절하게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술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레 말이 많아져서 뒷날 밀려오는 공허함을 채우기 어렵고 숙취 또한 오래가 몸에 무기력을 동반합니다. 젊은 날은 이들을 극복하는데 서너 시간이면 족했지만 이제 하루 이상이 걸려 그게 점점 싫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몸과 마음을 청정무구하게 가져가라는 어떤 계시인지 모릅니다. 새해 과제로 당연 들어갈 예정입니다. 허긴 어느 해인들 빠진 적이 있었을까? (201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