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주방은 지금(2019.11.27~2019.11.30)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주말이라는 의미가 평일과 크게 다름이 없으나 그래도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져갈 수는 있습니다. 더구나 어머니 치매 시작과 더불어 한 달에 한 번의 주말을 목포에 할애해 왔던 이 부담마저 이번 달부터는 없어져 주말의 전부가 온전히 제 것이 되었습니다. 마음 한편이 풍성해진 느낌입니다만 그렇다고 아직은 딱히 달리 정해서 할 일도 없습니다. 새해부터 경작, 공부, 봉사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9.11.30)
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친구가 제 속옷을 가져가 효과가 있을 거라며 낭심 주위에 자사특허에 빛나는 자석 20 여개를 박아서 보내왔습니다. 설마하면서 두 개를 번갈아가며 입었는데 대체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소변 주기가 길어져 밤사이 한 번도 안 일어나는 일인 간간 있고요. 몸도 더 따뜻해지면서 기운이 솟는 것 같습니다. 자석 덕에 중심이 안정되니 몸 모두가 고루 좋아지는 거 같아요. 남아있는 속옷에도 은혜를 베풀어 달라해야겠습니다. (2019.11.,30)
새 화장품 튜브용기 끝에 붙어 있는 은박지를 떼어내려는데 마음과는 달리 영 끝부분이 잡히지 않습니다. 두 손가락 끝이나 한 손가락 끝에 걸려야하는데 손끝이 무뎌졌는지 아니면 노화를 했는지 이분 여를 매달려도 요지부동이라 은박지의 조롱만 흠뻑 받습니다. 참다못한 제가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작은 상자 큰 상자 할 것 없이 테이프를 뜯어내는데도 가위나 칼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어림없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2019.11.30)
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40일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경향 각지의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부의금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통장 하나를 채우고 새 통장에도 그 이름들이 찍힙니다. 모두들 부음을 이제야 알았다며 알리지 않은 저를 나무라는 말씀과 함께 보내오는 것입니다. 마음 만으로도 그 정이 넘치는데 여러모로 하늘의 어머니께서 흐뭇해하십니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도 저 역시 경조사에 열심히 쫒아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2019.11.28)
2020년 달력이 나왔습니다. 엊그제 2019년 새해 아침을 맞았는데 벌써 한 해가 다 가다니 세월은 나이에 비례하여 점점 그 속도를 빨리 합니다. 역시나 제일 먼저 제 생일을 찾아봅니다, 음력으로 7월14일이니 양력으로는 보통 8월을 넘기지 않는데 20년 달력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4월 윤달이 들어 달력을 9월로 넘기자 비로소 얼굴을 내밉니다. 9월1일 아래 강남석 탄신일이라 자랑스럽게 표기를 하고요. 자! 다음 순서로는 어떤 날을 찾았을까요? (2019.11.28)
우리 집 주방은 지금 바다가 되었습니다. 고래 한 마리가 식탁 위에서 때로는 싱크대에서 이리저리 춤추고 다닙니다. 아끼는 고등 후배가 보내준 도마가 그대로 고래가 되어 자기 세상을 만났습니다. 사각형이어야 된다는 기존의 사고를 뒤집어 고래모양으로 만들어 보낸 도마가 우리 집으로 와 일어난 물결입니다.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칼질을 하는 애엄마도 행여 고래가 다칠세라 조심합니다. 기막힌 발상의 전환은 후배를 목공예 장인수준으로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