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새벽 시간의 전철은 한 시간에(2019.11.22~2019.11.25)

강남석 2019. 11. 28. 12:13

월요일 아침 아홉시를 갓 넘긴 시간에 고객의 전화가 왔습니다. 금주의 첫 손님 무척이나 반가운데 마침 우리 가게에 없는 상품을 11시까지 준비해달라고 합니다. 이럴 때는 저는 저의 가게와 가까운 교대역점, 서초역점, 양재역점에 차례로 협조를 구합니다. 세 가게 사장님들 모두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인품 또한 훌륭하셔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시간을 넘기지 않고 고객님께 안겨드렸습니다. (2019.11.25)




마음이야 술을 먹어야겠다, 끊어야겠다를 늘 반복하지만 몸은 그간 아무런 반응 없이 묵묵히 저를 따라 왔었는데요. 요즘은 몸도 마음처럼 어느 날은 속이 확 뚫어졌다며 마구 들이키라고 저를 충동질하는 날이 있는가하면 어느 날은 너무 심하다며 스스로 무기력에 빠져 저의 하루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오늘은 몸이 진정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틀 연속으로 술을 멀리했더니 이게 정상이니 이 상태를 유지했으면 좋겠다합니다. 알겠다고는 했으나 사실 이제 마음의 소리인지 몸의 소리인지 마구 헷갈립니다. (2019.11.25)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현관에 놓인 신발들을 보며 밤에 귀가한 가족들을 확인합니다. 아니 저절로 보입니다. 항상 새벽에 오는 아들아이 신발은 현관 문 열자마자 아무렇게나 벗어져 있으며 두시 무렵 들어오는 애엄마는 문턱 가까이 왼쪽에 비교적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자정 즈음 귀가하는 딸아이 신발은 문턱 가까운 오른쪽 즉 제일 안쪽에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셋이 집안에 함께 있음을 출근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저의 신발은 늘 중앙에서 폼 잡고 있습니다. (2019.11.24)




모처럼 일찍 들어간 집에 딸아이도 일찍 들어와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간간 저의 밥을 차려준 적이 있어서 어제도 은근 전화가 끝나기를 제 방에서 기다렸습니다. 웬걸 전화가 끝난 것 같은데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조금 기다려볼까 생각하며 샤워를 다녀오겠다고 큰소리로 고했습니다. 알았다고 하지만 기다리던 식사 이야기는 없습니다. 결국 제 손으로 차려먹으면서도 딸아이가 밉거나 뭐 불만 없습니다. 그 차려주고 안 차려주고 기준은 역시 딸아이 기분 상태일 테니 존중해야지요. (2019.11.23)



새벽 시간의 전철은 한 시간에 두서너 편만 운행을 합니다. 오늘 아침 고속터미널역에서 아슬아슬하게 첫 차를 놓치고 두 번째 차편의 시간을 보려는데 그간 전철역사 벽에 드문드문 붙어있던 종이시간표가 안 보입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전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한 장의 안내문에 이제는 디지털 기기의 시간표를 이용하랍니다. 차표구매도 기기조작, 패스트 푸드점도 기기 조작, 은행업무도 기기조작, 케어나우 가입도 기기조작 기계와 친하지 않으면 살 수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201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