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니(2019.10.08~2019.10.11)

강남석 2019. 10. 25. 16:41

건너편 아재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 속삭입니다. 그런데 마침 전철이 흑석역에 멎으며 소음이 사라지자 아재의 목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아 이제 노량진역이여!” 아니 흑석역을 이미 지난 노량진역이라 하다니. 그러자 그 옆자리의 다른 손님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밖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노량진이 아닌 흑석역임을 확인하고 일제히 고개를 다시 제 자리에 놓습니다. 아재 한 분의 구령에 모두가 “위로 봐”로 호응한 한날 아침의 해프닝입니다. (2019.10.11)





몸의 모든 부위를 고루 사랑하고 아껴야하는데 다리와 장, 그리고 간에만 관심을 집중하자 위장이 화가 났습니다. 지난 저녁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나오는 음식을 조절 없이 그대로 먹고 따르는 술 역시 그침 없이 그대로 마셨더니 어느 순간 배가 극도로 거북해졌습니다. 자리를 파하고 집에 들었으나 두시 무렵 위장이 뒤틀리며 토를 했습니다. 과음, 과식, 과로가 부른 위장의 스트레스입니다. 배를 쓰다듬으며 그간 소홀히 했던 위장에게 사과를 구하며 바로 위장약을 투여했습니다. (2019.10.10)




자신의 생일 소연에 아들아이가 친구 두 명을 데려왔습니다. 남자 아이는 고등시절부터 친구라 우리 식구 모두와 잘 아는 사이인데 동급생이라는 여자아이는 알쏭달쏭 합니다. 만학도인 아들과 달리 어린 나이일 텐데 아들이 데리고 다니는지 그 아이가 아들을 따라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엄마와 딸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우리 집에도 서너 번 왔다하니 그러면 보통의 동급생 사이는 아닐 것 아닌가 생각도 되고요. 저 혼자만 마구 상상을 하고 있는지 그도 모를 일입니다. (2019.10.08)




셔츠 한 장이 백만 원이 넘어가는 게 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들아이 생일 소연 자리 셔츠에 크게 새겨진 베트몽, 발렌시아가라는 말들이 생소해서 물어보니 유명브랜드라면서 옷이나 신발 등 웬만하면 백만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지 역시 백만 원을 훌쩍 넘기고 양말 한 켤레가 15만원을 넘습니다. 애엄마가 절대 사주었을 리 없고 소득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저 옷을 구입해 입었을까요? 비밀이 좀 숨어있기는 합니다. (2019.10.08)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니 애를 낳았을 때의 상황이 당연히 화제로 올랐습니다.산부인과에서 제일 처음 하는 절차가 몸무게를 재는 것이었는데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며 이를 공개하려하자 딸아이가 격하게 말립니다. 여자 몸무게는 초특급 비밀이니 어느 자리에서나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된다며 저에게 급 주의를 줍니다. 몸무게의 몸자도 꺼내지 말라는데 그게 그렇게 비밀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20kg보다 더 훨씬!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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