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서초동 휘트니스 센터의(2019.09.19~2019.09.23)

강남석 2019. 9. 23. 15:29

노년의 아버지와 장년의 아들이 목욕탕 크트머리에 벗고 앉아서 이야기에 열중합니다. 장소를 옮겨 때를 미는 곳에서도 대화가 한창입니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그 부자지간을 보면서 저는 아버지와 목욕탕을 함께 다녀온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들과도 목욕탕을 함께 다년 온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대화를 5분 이상 한 적도 없습니다. 아들아이와도 역시 5분 이상 이야기를 나눈 적도 나눌 실력도 나눌 화제도 없습니다. 또한 친하고 안 친하고의 구분도 없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경계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2019.09.23)





광주에서 모처럼 들린 처남의 두 아이들 덕에 집에 활기가 넘칩니다. 애엄마와 딸아이가 번갈아 서울 나들이를 돕고 집의 식탁에 반찬이 달라졌습니다. 아들 역시 성의껏 두 동생들의 지원에 여념이 없습니다. 역시 사람 사는 집에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어야 사람 사는 냄새와 함께 정이 흐르고 사랑의 파장이 커집니다. 신이 난 사람은 사람 좋아하는 제가 아니고 누구겠습니까? 덩달아 밥까지 잘 얻어먹으니 이 또한 큰 기쁨이 아니겠습니까? 기념으로 조카들과 사진 한 장을 남깁니다. (2019.09.22)




면도 후에 얼굴에 드문드문 나는 털들 역시 요즘 나는 머리카락처럼 하얀색입니다. 족집게로 하나하나 뽑아내면서 몸의 몇 곳에 검은 털이 나기 시작하던 열네 살 무렵을 떠올립니다. 중요 부위에 솟아나는 털들이 겁이 났습니다. 마치 무슨 잘못이나 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손으로 잡아서 뽑아버리기를 반복했는데 어느 사이 다 자리를 잡아 저와 삶을 같이 하며 그들 역시 늙어가나 봅니다. 삶의 색은 검정색에서 흰색으로 진화한다! 더 맑아지는 것? (2019.09.21)




십여 년 출입하시는 칠십대 중반의 아짐고객이 오시더니 가게에 있는 저에게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남편분이 퇴직하고도 자기 사무실을 얻어 그리 출근하고 거기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처음에는 마구 화가 나서 집에 있으라고 싸움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최상의 결정이라 생각한답니다. 자신은 저녁 한 끼만 책임지면 되는데 주위의 친구들은 남편이 집에만 있어서 세끼 챙기는 일이 너무 억울하다고 한답니다. 새겨들을 이야기입니다. 남편들이여 모두 밖으로 나갑시다! (2019.09.19)




서초동 휘트니스 센터의 등록거부는 새벽에 일어나 한강을 걸어 출근하는 걷기운동에 이어 센터에서의 잔여 운동과 샤워 그리고 가게에서 9시까지 이어지는 자기개발 등의 일정한 저의 아침 생활패턴을 그간 서초동 중심에서 여의도 집 중심으로 바꿔야하는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면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에서 서로 많이 다른 애엄마와 부딪히는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센터의 여직원이 전화를 따로 걸어와 저 혼자 구제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진짜로 혼자는 아니겠지만

(2019.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