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몸과 마음의 모든 신경을(2019.03.27~2019.03.31)

강남석 2019. 3. 29. 15:36

남부터미널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이 흡연단속 여성 두 분에게 딱 걸렸습니다, 절대 순수하게 자백할 리가 없습니다. 우선 달아나려 합니다. 두 여성이 양손을 벌려 갈 길을 막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명이 시작됩니다. 저쪽 금을 넘지 않았다고 억지를 씁니다. 두 여성들이 질 이유가 없습니다. 사진기에 언제 담았는지 바로 보여줍니다. 담배 단속, 주차 단속, 보행 단속 등 도시의 거리는 온통 단속의 물결입니다. 곧 뽀뽀단속, 포옹단속도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 (2019.03.31)




아침 시간 9호선은 12분 간격입니다. 여의도 집에서 12분의 여유를 두고 출발하면 기다림이 없이 여유롭게 타기에 딱 좋은 시간입니다. 오늘은 8분여 남은 시간 도전을 감행합니다. 빠른 속도로 걸어가서 아슬아슬하게 타는 기쁨을 맛보려는 그런. ㅋㅋㅋ 숨 가쁘게 그리고 빠르게 걸어가면서 “이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지병수 할아버지가 보면 이거는 네가 미쳤어라고 부를 소재다” 생각합니다. 개찰구를 빠져나가자 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가며 “내가 미쳤어!” (2019.03.30)




본의는 아니었지만 술을 안 먹으니 자연스레 일정이 줄게 되고 일정이 줄어드니 몸이 편하고 몸이 편해지니 덩달아 마음도 편해집니다. 모든 게 편해지니 그럼 이제까지 술을 마실 때는 편하지 않았었나 생각이 듭니다만 그때 역시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편한 거와 불편하지 않은 거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하니 올해는 덜 마시고 일정도 줄여서 차분하게 저를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몇 조금이나 갈지 모르지만 조금이 모이면 더가 되고 더가 모이면 더욱이 되니까요? (2019.03.29)




고추장에 버무려 석쇠에 지를 지글 굽는 돼지고기가 생각 날 때가 있습니다. 마침 인근 마트에서 고추장에 버무린 돼지고기가 보여 한 팩을 사들고 갔습니다. 석쇠가 있을 리 없으니 프라이팬에 들이붓고 즐길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마침 일찍 집에 온 애엄마가 낚지를 꺼내 놓았으니 낚지볶음이 어떠냐고 묻습니다. 제 마음은 가지고 간 돼지고기가 간절한데 애엄마 마음이 낙지에 있으니 어떠합니까? 바로 씩씩하게 대답을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당신의 낚지 요리가 최고라고 생각해!” (2019.03.28)



몸과 마음의 모든 신경을 온통 얼굴 상처 치료에 쏟는 바람에 봄이 와도 봄을 모르고 계속 겨울의 끝을 잡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기온이 10도에 이르자 비로소 봄이구나 느껴집니다. 목련의 흰 꽃망울, 은행나무의 곧 터질듯 물이 오른 움, 덩달아 바빠지는 벚나무까지 모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얼굴 역시 이제 상처 주위만 어색해 정상 생활이 임박했음을 알려줍니다. 생애 가장 어눌했던 3월을 얼른 보내고 4월부터는 옛날의 저로 돌아가렵니다. 그래도 좀 조신하게! (2019.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