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술자리는 인위적으로(2019.01.09~2019.01.13)
결혼기념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편안한 내일의 제 삶을 위해서는 이쯤해서 축제분위기를 조성 그분의 기분을 흠뻑 맞춰드려야 합니다. 당연히 어제 퇴근길 꽃바구니와 기존 틀을 벗어난 구호의 리본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사실 실제로 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젊은 날에는 저만 인내하고 양보하고 포기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이제 철이 들어 그간 애엄마 역시 속 좁고 가슴 적은 저와 사느라 얼마나 속이 썩었을까 매일매일 반성하는 날들입니다. 부등호가 어느 쪽에 열렸든 무슨 대수겠습니까? 잉! (2019.01.13)
쿠르릉 꽝, 쿠르르르릉 꽝! 아침 지하철 9호선 한 구석에서 태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번이 아니고 연속적으로 태산이 무너집니다. 전철 안의 모든 눈들이 한 곳을 향합니다. 경로석 맨 가장자리에 아직은 그 자리에 주인으로 한 참 먼 사내가 긴 수염을 자랑하며 꿈나라 삼매경입니다. 그 앞의 안경 쓴 소년이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봅니다. 아짐 한 분은 불쌍한 듯 오만상을 찡그리십니다. 먼발치 아재 하나는 마음속으로 염병하네라고 말씀하는 것 같습니다. 누운 자리가 곧 무릉도원이거늘 뉘를 탓할까요? (2019.01.12)
제 앞으로 등기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경험상 등기는 고지서나 범칙금 등 주로 관에 관련된 서류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지난 달 부터 두 달 여 총선이나 대선 때보다 많은 지지요청 전화와 이메일 메시지 등이 쏟아져 들어온 문인협회의 임원선거 투표용지였습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지요. 또한 이런 우편투표의 성격상 근접 선거운동이 그리 활발했구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제 자신을 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2019. 01.11)
우리 건물 지하에서 청소를 하시는 아짐 두 분이 가게에 오셨습니다. 당연히 손님으로 오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두 분이 들어서는 순간 1층 청소아짐의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선뜻 인사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록 순간이었지만 아차 싶었지요. 서둘러 얼굴빛을 밝게 하면서 “환영합니다. 아래층에서 고생해주시니 우리 건물이 깨끗합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홍삼차를 타드렸습니다. 물론 두 분 역시 기분 좋게 우리 홍삼을 사가셨습니다. (2019.01 09)
올해 들어 술자리는 인위적으로 줄이지 못했으나 마시는 양을 확 줄였습니다. 소주 1병, 맥주 2병부터 시작하는 폭탄주는 딱 거기까지 만이고 그 후는 소주로만 마시며 잔을 비우는 시간 역시 늘렸습니다. 제가 술잔을 돌리지 않아도 재촉하는 분이 없었으며 또한 상대 역시 잔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보니 저 스스로 그냥 마구 마시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양을 줄이니 확실히 아침에 숙취도 없습니다. 술의 양은 나이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201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