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2018.11.27~2018.11.30)
모르는 아짐이 호의를 보이면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저는 그리 못합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싣고 간간 가게 건물 주위를 산책하는 중년의 아짐 한 분이 계십니다. 지난 여름에는 저에게 복숭아를 건네서 고맙게 잘 먹었는데요. 어제는 도넛 두 개를 들고 오셔서 지난번에도 가지고 왔는데 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제 마음 속에 저 아짐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착각은 자유로를 지나 망상역을 달립니다. (2018.11.30)
10시 무렵 들어간 집에 모녀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늘 빈집에 둘이 같이 있는 모습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애엄마가 안방에 따라 들어오면서 딸아이가 울었다 귀띔합니다. 몇 날 밤을 새워 완성한 논문을 교수님께서 심하게 가위질을 했다합니다. 교수님 지도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저는 제 아이가 먼저 짠합니다. 속옷 차람으로 바로 거실로 나가 얼굴 표정을 바꿔가며 코믹 춤으로 딸아이를 달랩니다. 아빠 주름살이 늘었다는 딸아이의 살짝 미소에 안도합니다. (2018.11.29)
점심 무렵 들어온 아짐 고객의 이름이 애련입니다. 제 가 놓칠 리가 없습니다. “좋은 이름입니다. 애련의 밀사라는 영화를 아시는가요? 마치 그 주인공 같아요!” 아짐께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네에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영화제목이라 말씀해 주셨어요. 그러고 보니 그 선생님이 사장님과 연배가 비슷하네요.” 역시 이름 하나로 대화가 무르익고 감정이 오고갑니다. 마무리는 제 몫입니다. “아버지께서 지어주셨지요? 안목이 높으신 분입니다.” (2018. 11.29)
저의 모임중 하나가 5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아직 활발히 그 활동을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자체 기록인 50년사도 책으로 발간되어 있습니다. 이런 생명력의 원천은 모임을 이끌어가는 회원들의 헌신에 있습니다. 회장이나 총무 등 봉사하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지명되는 순간부터 흔쾌히 이를 수락하고 2년여 재임기간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회원들 모두 또 각자 자리에서 회원으로서 할 일들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별거 있나요? 참여 딱 두자입니다. (2018.11.29)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비누 세수도 안할 정도로 용모 이런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얼굴에 뭔가를 바르는 일도 쉰을 넘어서입니다. 그런 제가 요즘 호주머니에 빗을 넣고 다닙니다. 탈모전선이 확대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머리카락도 힘이 없어서 단정하게 빗은 머리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동서남북으로 흩어집니다. 제가 보기에도 꼴사나워서 빗을 넣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큰 대빗이었으면 좋겠지만 체면상 작은 것으로 몇 개 구입해서 여기저기 손 닿은 곳에(201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