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수능이 있는 날입니다.(2018.11.15~2018.11.19)

강남석 2018. 11. 16. 11:23


지난 일요일 한적한 경기도의 어느 식당 그 집 상호를 딴 정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우리 옆으로 젊은 가족이 들어와 앉습니다. 이내 남편이 아내에게 음식을 주문하라 합니다. 그러더니 아내의 주문이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시키라고 합니다. 저는 속으로 처음부터 네가 하지 생각합니다. 잠시 후 이번에는 중년 가까운 부부가 들어옵니다. 역시나 아내가 주문을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지 남편이 나무랍니다. 처음부터 남편이 주문하면 될 것을 아내에게 시키면서 폼을 잡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단한 권력입니다. (2018.11.19)



생애 세 번째 운전면허 갱신기간이 도래했습니다. 내일 정도 면허시험장에 들려 새로운 면허증으로 교체하렵니다. 94년에 운전면허를 획득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접촉 사고나 작은 교통질서 위반행위가 없어서 그야말로 청정무사고 무벌점 운전자임을 천하에 자랑을 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혹시 면허장에서 저에게 이를 가상히 여겨 표창장이라도 준다면 더욱 겸손하게 이를 사양하면서 앞으로 더 나은 운전면허소지자가 될 것임을 맹세하렵니다. (2018.11.19)




아침 운동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출근길 여의도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를 목표로 걸어왔었는데요. 동작역까지만 걷기로. 전에는 아침 두어 시간 12km 정도는 힘에 부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다소 피로를 느끼고 날도 추워져서 변화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새벽에 걸어오면 친구들이 오리 몇 쌍. 그리고 왜가리 한두 마리, 물가 근처까지 놀러온 물고기 몇 마리인데요. 오늘은 그중 왕 물고기 한 마리가 뭍으로 얼굴을 내밀고 격하게 제 결정을 환영합니다. (2018.11.17)




술자리에 앉아 있는 저에게 카톡으로 애엄마의 지시사항이 하달되었습니다. 말 좀 줄이고ㅡ허리 반듯하게 세우고ㅡ천천히 먹고ㅡ흘리지 말고. 역시나 구구 절절이 마치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옳으신 말씀입니다. 어느 때부터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로 앉거나 서지 못한 구부정한 자세에, 어느 자리에서나 말이 많은, 그리고 음식을 흘리며 정갈하지 못한 저를 스스로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니 저리 간간히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잔소리가 아니고 진짜로 위하는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2018. 11. 16)




수능이 있는 날입니다. 예비고사라는 이름으로 시험을 치룬 우리 세대는 하루 전 도청소재지인 광주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일종의 수학여행이었습니다. 얼굴이 예쁘다는 순천여고생을 볼 수 있다는 설렘도 있고 목포보다 넓은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도 있고요. 수험장인 학교 근처 여관에서의 단체 투숙, 책이 눈에 들어오나요, 잠이 오나요? 거의 뜬눈으로.... 거기다 여학교 교실은 난생 처음이었으니.ㅋㅋㅋ아마 광주 학생들 보다 족히 10점 이상 손해 봤을 것입니다. (201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