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고속버스터미널 9호선 자판기(2018.11.12~2018.11.14)

강남석 2018. 11. 16. 11:21


안방 화장실의 치약이 떨어졌습니다. 새 것을 사다놓는 일이 저의 일인지 애엄마 일인지 아니면 다른 가족의 일인지 잠시 생각합니다. 그러다 그것 역시 제 일이란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잠시뿐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잊고 들어갑니다. 며칠을 계속 그냥 가고 치약 또한 없습니다. 다른 식구들은 그럼 어찌 하지? 이윽고 7일째 새 치약을 들고 이쁨을 받으려고 애엄마에게 자랑을 합니다. 바로 “아이고 이 바보야, 세면대에 물 치약 있잖아!” 아니 옛날 가루치약은 알지만 물 치약은 또 뭐여! (2018.11.14)




남부터미널 주변 거리에서 앞에서 오던 아재 한분이 양손을 번쩍 들고 격하게 환영합니다. 아무리 봐도 제가 모르는 분인데 역시나 바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인사를 받았으니 모른다고 그냥 지날 수는 없는 법. 제가 서로 모르지만 우리 악수나 나누자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머쓱해하며 또 한 번 머리를 조아립니다. 저는 설령 모르는 사람이면 그 앞에 대고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그럼 당사자가 자기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착각합니다. (2018.11.13)



애엄마의 여의도 사업장이 바로 우리 아파트 옆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파트 경비 세 분이 술에 취해 들어와서 그중 한 분이 행패 비슷하게 놀면서 힌 시간여 훼방을 놓았다합니다. 애엄마가 나와 야단을 쳐도 그치지 않음은 물론 나머지 두분도 수수방관하였다는데 이거 입주민 사업장에서 사고를 친 것입니다. 다음 날 애엄마가 저에게 묻습니다. 기분 같아서는 가만 두지 않고 싶은데 어떠면 좋겠냐는 것입니다. 저는 물론 거꾸로입니다. 한 봉지 들고 가서 선물하라고 했습니다. (2018.11.13)




56세의 아짐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빨간 외투를 입은 아짐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두 아짐끼리 평소 아는 사이인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자연스럽게 저와 셋의 대화가 시작되는데 이어서 이번에는 얼굴이 둥근 아짐이 또 들어오십니다. 동시에 셋이 아는 사이인지 또 한 차례의 인사세례가 있습니다. 56세,61세, 63세 세 아짐과 저 넷의 수다가 시작됩니다. 마치 오래된 계 하나를 치루는 기분입니다. 물론 유사는 홍삼집 아재인 저입니다. (2018.11.12)



고속버스터미널 9호선 자판기에 1400원을 현금이나 카드로 지불하고 70번을 누르면 롯데샌드 한 봉이 나옵니다. 한 봉에 12개가 들어있는데요. 여기서부터 저와 샌드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저는 터미널 역에서부터 하나씩 먹어 6개역을 지나 제가 내리는 샛강 역까지 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입에 들어간 샌드가 재촉을 합니다. 얼른 넘기고 새 것을 넣으라는 성화가 대단합니다. 12개로 4번째 역을 지나 흑석 역에 이르면 마지막 샌드만 남습니다. 전철 속 어른이 애들 앞에서 주책입니다. (201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