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3호선 전철 속에서(2018.11.09~2018. 11.12)
요즘은 알 듯 모를 듯 미소만 남기시는 어머니께서 어제는 “으째 여기를 알고 왔냐?”는 말씀 하나를 덧붙이셨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다물어 버리시니 아니 기억이 없으시니 하실 말씀도 없으십니다. 올 무더운 여름을 잘 견디신 어머니 얼굴이 편안하여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만 누워 계시는 곳이 일반 병실이 아닌 집중치료실인 것을 보면 병원 측에서 뭔가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그 자리가 아버지께서 잠시 계셨다가 영면하신 바로 그 자리라서... (2018. 11.12)
청춘 남녀가 버스 좌석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어깨를 맞대고 차기 말린 여섯 시간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순진한 제가 먼저 말을 건넬 용기는 전혀 없습니다. 결국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아짐이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서울은 몇 시쯤 도착하나요?” 반기듯 제가 대답합니다. “네에 아홉 시를 조금 넘길 듯싶습니다.” 그런데 용건을 해결했는지 아짐께서 다음 말을 잇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도 스마트폰에 눈길을 주는 척 앉아있습니다. (2018.11.12)
저의 일상을 지배하는 기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기운은 매일 매일을 달리하여 저를 자기 영역으로 끌어 들입니다. 술기운에 젖은 날은 술자리가 한 자리 이상 만들어집니다. 글 기운이 있는 날은 소재도 잘 보이고 술술 써내려갑니다. 재운이 있는 날은 가게를 찾는 고객이 많습니다. 운동 영역이 작동하면 우면산도 한걸음이고 아랫도리도 무거워집니다. 이런 기운을 얼른 알아차려서 잘 대처하려고 노력합니다만 항상 오후 무렵에 이르러서야 느낍니다. 아직 내공이 여린 탓입니다. (2018. 11.11)
어제 어떤 아짐 손님께서 저를 사장이라 부르기보다 선생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라며 나름 저를 대접합니다. 하여 다른 분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을 열거해 보았습니다. 우선 이름인 강남석이 기본이고요. 성을 뺀 남석, 제 아호인 양정(暘晸), 애엄마가 나를 부르는 홍구아빠, 아이들의 아빠 또는 아부지, 친인척 사이에서 파생하는 강서방, 매형, 형부, 처남, 삼촌, 외삼촌, 이모부, 고모부, 형님, 형, 성, 오빠, 오라버니, 조카, 아 도련님도 있네요. 강 부장, 강 사장, 강 대표, 강 선배, 아우, 동생은 덤입니다.
(2018.11.10)
복잡한 3호선 전철 속에서 제 앞의 자리 하나가 나왔습니다. 바로 앉고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런데 제 옆의 아짐이 저더러 앉지 않겠나 물어봅니다. 고개를 흔들면서도 그 아짐의 나이를 가늠합니다. 요즘 아짐들 나이는 10여년을 왔다 갔다 해서 가늠하기 참 어렵습니다. 머리는 염색이 분명한데 제 또래나 되었을까요? 그래도 저에게 물어보고 앉는 저 아짐 눈에는 제 나이가 더 많이 들어보였을 것입니다. ㅋㅋㅋ어쩌나요? 왕년에는 저도 동안소리 꽤나 들었는데요. (20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