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의식은 하면서도(2018.10.25~2018.10.28)
우리의 영원한 쏠군 꼬꼬 이근범 친구가 왔습니다. 옛 직원 혼사에 오는 길이었는데요, 운 좋게도 우리 점빵 옆이었습니다. 아직도 얼굴은 소년이고 생글생글 웃는 모습은 아짐들 속을 설레게 할 만 합니다. 짧은 시간 있는 흑산 홍어 몇 점을 나눠먹으며 근범이 집에 놀러가면 뒤안 닭장의 닭을 잡아주시던 어머니 이야기를 비롯 22살 무렵으로 돌아갔습니다. 애엄마 결재를 득하지 못해 술 한 잔 못 나누고 보내는 제 마음이 쫌 그랬습니다. 다음에 하자 잉, 근범아! (2018.10.28)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둘의 합작품이면서도 애엄마는 애들에게 불만이나 화가 나면 그걸 모조리 저에게 뒤집어씌웁니다. 오늘 아침 역시 아직 들어오지 않은 아들아이의 전화를 받더니 바로 저에게 징글징글하다며 화살을 돌립니다. 맞서면 판이 커져 오래 갈 것이고 그렇다고 아들아이에게 되갚으면 그 또한 상처로 남을까 혼자 감수합니다. 고스톱 용어로 독박을 쓰는 것입니다. 상한 속을 혼자 달래며 출근하는 길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2018.10.28)
술을 좀 먹는 거를 제외하고는 크게 몸 관리를 잘못 하는 게 없는데 점점 힘이 빠져나갑니다. 늘 술을 먹은 다음 날 아침에도 평상시와 똑같이 일상의 일을 해냈는데 요즘은 다소 무기력을 동반합니다.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나 걷기나 산행 등 운동은 생략하고 싶어지고 출근 역시 전철 대신 택시를 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아제까지 제 자신만의 순수한 시간으로 지켜온 아침 5시에서 9시까지의 일상들을 위해 술을 줄여야겠습니다.(2018.10.27)
여섯시 무렵 “몇 시에 갈 거야?”라는 애엄마의 톡이 왔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 전화로 되물었습니다. 지난 밤 술에 취해 애엄마 전화를 받으면서 애엄마 친구 부친상 조문 길에 동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고 없었지요. “들어와 봐라, 오늘 얘기 좀 하자!”는 분노가 돌아왔습니다. 어찌 그대로 당할 수 있나요. 예봉을 꺾어야하지요. 조문장소에 미리 가서 부동자세로 서 있다가 애엄마 차가 도착하자마자 거수경례와 함께 문을 열고 아부를 시작합니다.(2018.10.26)
아직까지 의식은 하면서도 못 고치는 버릇 하나가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주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떠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교양도 없고 예절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조심해야지 생각하는데도 어느 사이 잊고 목소리가 커집니다. 아침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제 자신을 책망합니다. 스스로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앞으로 귀가 어두워지면 점점 목소리가 커질 텐데 어찌할지 모르겠습니다. 간간 지적해주세요. (2018.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