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하고 술을 마시든 말든(2018.07.23~2018.07.26)
대량구매를 하겠다며 인근 회사의 직원 셋이 결재서류 비슷한 파일과 함께 왔습니다. 2,000여개 남짓인데 금액으로는 3억을 넘어갑니다. 갑자기 흥분이 되면서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습니다만 제 그릇의 크기를 잘 아는 제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1회 거래 저 정도의 양과 금액은 제 그릇의 크기로는 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런 기적 같은 행운은 제게 오지 않습니다. 한참을 조율하는데 역시나 뭔가 자기들이 계산을 잘못했다합니다. 그리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나갔는데 감감 무소식입니다. (2018.07.26)
더위가 절정으로 달리는 정오 무렵 가게 앞 거리에서 노년의 한 부부가 부부싸움에 열중입니다. 아니 싸움이라기보다는 아내가 주눅이 잔득 든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쏟아 붓고 있는 형국입니다. 처음 부아가 치민 아내가 남편의 가발을 집어 챘는지 아내 손에는 가발이, 남편의 머리는 태양 빛에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퍼붓던 아내가 혼자 막 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또 큰소리로 택시비 없으니 달라고 합니다. ㅋㅋㅋ불쌍한 남편이 호주머니에서 만원 한 장을 꺼냅니다. (2018.07.25)
출근길 전철 속 아짐이든 아재든, 아가씨든 총각이든, 일터로 가든 놀러가든 모두 전쟁터로 가는 용사들 마냥 굳은 표정입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엄숙해서 입술 꼬리가 아래로 처질 지경입니다. 가만히 상상을 합니다. 모두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면 얼마나 이자리가 환해질까? 희망과 행복이 넘쳐흐르는 살맛나는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물론 저는 항상 웃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웃고 있으면 이 염천더위에 실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딱 좋을 것입니다. (2018.07.25)
우리는 어제 광장에서 두 명의 광장인을 떠나보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분은 광장의 정치인 노회찬의원이며 또 한분은 광장의 작가 최인훈 소설가입니다. 두 분 모두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타개해 광장의 광장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자 한분의 정치로 한분은 문학으로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기신 분들입니다. 어제 오전 두 분의 부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온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두 분이 떠난 광장에 평화와 사랑만이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2018.07.24)
누구하고 술을 마시든 말든 상관없다하면서도 꼭 일곱 시면 집에 일찍 들어 오냐고 묻는 건 어떤 이치이고, 아짐을 만나든 아재를 만나든 관심없다하면서도 귀가 시간이 날을 넘기면 어디인지 확인하는 건 어떤 생각이며, 다음 생에는 절대 가까운 곳이 아닌 먼 곳에 살아 마주치는 일조차 없었으면 좋겠다하면서도 제 얼굴에 가끔 팩도 해주면서 신경을 써주는 것은 이 또한 무슨 조화 입니까? 아마 부부의 연으로 30여년을 살았으니 작은 정이라도 남아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제가 가끔 자신을 돌아보는 이유입니다.
(2018. 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