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계속 내리면서 한강의(2018.07.05~2018.07.10)
전날 애엄마와의 언쟁을 그 자리에서 수습은 했으나 조금이라도 앙금이 남아 있을까 이를 덜어내려 일찍 귀가를 결심했습니다. 세상일이 뜻대로 다 될까요? 갑자기 잡힌 번개를 피할 수 없어 일찍 자리를 시작하여 소주 한 병과 밥 한 그릇으로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향하려던 찰나, 마침 애엄마에게서 언제 오느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바로 가고 있다며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물론 번개 이야기는 쏙 빼고..... 저녁상에 나온 조기를 어쩌면 이렇게 잘도 구웠냐며 두 번 째 저녁식사를 잘도 먹었습니다.
(2018.07.10)
술이 어설프게 취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작은 충격에도 화가 나려합니다. 어제 밤 역시 집에 들어서면서 애엄마의 사소한 일에 대한 언짢은 언급에 저의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당연 애엄마가 한 옥타브 더 높은 고성으로 반격을 가합니다. 둘 사이 몇 마디 오고 가지만 잡혀 사는 제가 얼른 꼬리를 내립니다. 갈등이 오래가면 심약한 저만 못 견디기 때문입니다. 얼른 목소리를 낮추고 수습에 들어가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마쳤습니다.(2018.07.09)
도리깨나 훌태 등으로 보리타작을 끝낸 6월부터 여름방학 무렵까지는 없는 살림에도 보리가루라는 훌륭한 간식거리가 우리를 즐겁게 했습니다. 원래 사까리나 당원을 푼 단물에 시원하게 풀어서 마시는 게 편했으나 어디 그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있나요? 보리가루 그대로 입에 넣다 보면 십중팔구 목에 걸려 캑캑거리게 됩니다. 그러면 입으로 들어간 보리가루가 그대로 바람이 되어 밖으로 다시 나오곤 했지요. 아침 애엄마가 타준 미숫가루 한잔이 불러온 옛 추억입니다. (2018.07.07)
눈에 핏발이 있어 그냥 두면 나으려니 했는데 전 날의 과음으로 더 진해졌습니다. 별 수 없이 안과를 찾아 진료의자에 앉았습니다. 운 좋게도 세 분의 의사 중 딱 한 분인 여의사께서 상냥한 미소로 저를 맞이합니다. 똑같은 의사 선생님인데 저는 왜 여자 의사분이 더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말씀을 나누는 것만으로 눈이 다 나아버린 것 같습니다. 눈에 총을 몇 번 쏘고 옆의 큰 화면을 보면서 저더러도 화면을 보라는데 저는 그냥 의사선생님 얼굴만 보았습니다. 역시나 내버려둬도 좋아진다 합니다. (2018.07.06)
이층에서 내려오던 여행사 직원 아짐과 눈이 마주치자 당연히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 아짐께서 저에게 묻습니다. 무슨 즐거운 일이 있어서 늘 그렇게 웃느냐는 것입니다. 갑자기 제 마음이 더 기뻤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가 저의 얼굴을 통해 상대에게 읽혔다면 제가 그 자세를 잘 지켜내고 있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누구든지 저를 보면 편하게 느끼도록 얼굴색을 가져가고 그렇게 행동하자는 것입니다. 겸손하고 감사한 삶에 더욱 진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2018.07.05)
비가 계속 내리면서 한강의 물들이 사람이 만든 경계를 탈출하여 스스로 땅에 올라 자기들만의 경계를 새로이 하기를 며칠, 다시 비가 멈추고 물들이 자기들만의 경계를 벗어나 사람이 만든 경계를 존중하기 시작하자 물이 벗어난 그 경계의 땅에는 단풍잎돼지풀이 군락을 이루었습니다. 보기에는 그럴사 합니다만 저 단풍잎돼지풀 역시 북아메리카가 경계인 것을 벗어나 우리나라 하천까지 그 경계를 확대해버린 귀화식물. 거기다 생태계교란식물이라는 불명예까지. (20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