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오늘은 아버지 고 학산(2018.06.27~2018,06. 29)

강남석 2018. 7. 2. 15:35


한강을 오고가며 한번쯤 보고 싶은 게 게였는데 수없는 날을 그렇게 오고가도 작은 게, 큰 게, 어미 게, 새끼 게 할 것 없이 아무도 안보이더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나요? 비가 오는 오늘 아침, 비에 흠뻑 젖은 길을 건너는 두 마리 게를 만나 그 소원을 풀었습니다. 횡단하여 육지 쪽을 향하던데 그대로 두는 게 게에게 맞는 일인지 잡아서 강으로 보내는 게 게에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게에게도 게 운명이 있으니.(2018.06.29)



새벽 세시를 갓 넘긴 시간 거실에서 자던 애엄마가 밖이 춥다며 방으로 들어오더니 제 옆자리를 허해달라고 합니다. 원래 그 자리 주인 아닌가요? 허, 불허가 없지요. 그렇게 누워서 얼마간 시간이 지나 침대가 무겁게 느껴질 무렵, 이번에는 애엄마가 오른쪽 다리를 주물러 달라 합니다. 갑자기 쥐가 나려하다면서요. 연약한 제 손으로 강한 애엄마 다리를 힘껏 주물렀습니다. 왼쪽 다리가 시기할까 번갈아 가면서요. 이윽고 다섯 시 저는 일어날 시간입니다. 밖으로 나오니 애꿎은 비만 내립니다. (2018.06.29)




스웨덴전에 앞서 테레비에서 라커룸을 비춰주는데 특이한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유니폼에 헤어스타일 또한 완전 특이해서 선수가 아닌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아이들 손을 잡고 입장하더니 우리 골문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웃는 얼굴에데 여유까지 넘쳐서 바로 처음부터 호감이 마구 가는 것입니다. 게임이 시작되자 우여한 몸을 날리연 연신 선방을 해대는데 저의 조현우 선수와의 만남이었습니다. (2018.06.28)




동작동 현충원의 충혼당 옆 숲에는 잘 자라 수형이 예쁜 아름드리 튜울립나무(백합목) 두 그루가 있습니다. 어제 아들아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훗날 내가 죽거든 화장을 해서 저 아래 부분에다 뿌려달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죽음 이야기를 하니 당황한 아들아이가 여기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벌써 그런 말씀을 하냐고 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애엄마가 한마디 합니다. 나는 싫다. 죽어서는 느그 아부지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 이야기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그래도 제 옆이 더 나을 텐데......

(2018.06.28)



오늘은 아버지 고 학산(鶴山) 강세원 선생의 3주기 제사가 있는 날입니다. 동작동 현충원 제례관에서 우리 가족과 여동생 몇이 조촐하게 모십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에는 아버지 유산 중 빨리빨리 문화, 술 주정등 안 좋았던 부분만 자꾸 생각이 나더니 세월이 조금 흐른 지금은 서예, 화훼, 한시 등 조예가 있으셨던 부분들이 지배를 합니다. 그러면서 아들로서 그냥 당연시하고 크게 칭찬 한번 못 해드린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부는 저에게 면면히 흐르고 있을 텐데요. (2018.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