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카톡방을 들여다보다(2018.06.19~2018.06.23)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으나 그전의 국가대표팀간 축구경기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의 반칙에 쓰러져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월드컵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반칙이 많고 그것도 꽤나 지능적으로 보였습니다. 기량이 향상되면서 반칙이 늘어나는 것인지 트릭을 즐겨 사용하는 신태용감독의 지시인지 모르겠지만 성적은 반칙없는 솔직한 축구를 할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2018.06.23)
일요아침 남부터미널역 개찰구에서 두 소녀가 교통카드를 손에 들고 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렵게 짐작하건데 명동을 가야하는데 들고 있는 교통카드를 개찰구가 거부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두 소녀를 위해서 기꺼이 제 돈으로 새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셋이 함께 전철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전철 안에서 둘이 뭐라 협의를 하더니 오천 원 한 장을 저에게 건넵니다. 착한 소녀들! 어찌 받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증진을 위하여!(2018.06.25)
점수는 딸 수 있을 때 확실히 따놓아야 합니다. 아침의 아양작전으로 애엄마의 마음을 돌려놓은 후 낮 역시 별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으째 괜찮은가? 아따 걱정이 되어서 뭔 일을 못 하겠네!” 애엄마 역시 싫지는 않는 가 봅니다. “응 지금 나와서 일하고 있어 괜찮아!” 물론 저 역시 조금은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고 해서 건넨 전화지만 애엄마 대답으로 볼 때 점수 몇 점은 확실하게 보장받은 것 같습니다. 릴리리야! 릴리리! 이래서 세상은 아름다운 거여요! (2018.06.23)
이른 아침 애엄마 얼굴에 볼을 부비면서 “나의 태양, 나의 희망, 나의 사랑!”을 외치며 갖은 아양과 아부를 다 떨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젯밤 애엄마가 위경련이라는 악마와 싸우며 딸아이 손을 붙잡고 성모병원 응급실을 전전할 때 이를 모르는 저는 서초동에서 광란의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누라 죽는지도 모르는 남편이라는 핀잔에 놀라 부리나케 그분을 달래는 것이지요. 누그러지셨는지 매운탕에 아침 먹으라는 분부를 하교하셨습니다. (2018.06,23)
때로는 혼자서 내뱉는 욕이 즐겁게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제 하짓날 경기도 어느 골프장! 치마차림 둘에 바지차림 둘의 아짐 넷이 일행인 우리 앞 팀. 파3홀에 이르러 앞뒤 팀 간 사인을 주고받는 사이 그 앞 팀 아짐들의 퍼팅 순간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파마머리에 약간 통통한 아짐이 공을 미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이 다 들리게 “지랄!” 이라고 하십니다. 부지불식간의 “지랄” 한 마디에 우린 자지러졌습니다만 어찌 내놓고 웃을 수 있나요? 속으로만 삼키고 나중에 소주로 씻어냈습니다. (2018.06.22)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제 하짓날 경기도 어느 골프장! 아재 넷인 우리와는 달리 앞 조에서는 치마차림 둘에 바지차림 둘의 아짐 넷이 한 조였습니다. 아재아짐이 앞뒤로 있으니 관심이 가는 것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 마침 그 팀의 캐디총각이 우리 팀의 캐디아가씨에게 뭔가를 건네로 왔기에 가는 편에 홍삼젤리 다섯 개를 보냈습니다. 역시나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는 법. 한 홀을 지나자 그쪽에서 방울토마토 한 팩이 전달되어왔습니다. 이후 전개된 상황은 상상에 맡길 게요, 잉! (2018. 06,22)
여섯시 무렵 반포 나들목을 빠져나와 잠원동 아파트사이로 막 진입하는데 길바닥에서 스마트폰이 울리더니 집어 들자 바로 꺼져버립니다. 또한 바로 그 자리에서 1m쯤 떨어진 곳에 여성용 핸드백이 누워있습니다. 필시 핸드백 무늬로 보아 아가씨를 건너 어떤 아짐 거로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만 보았을 때는 들고 가 주인을 찾아줘야지 생각했는데요. 핸드백까지 같이 보이자 심히 망설여졌습니다. 행여 불상사라도 있을까 싶어서요. 스마트폰을 핸드백에 얹어놓고 그냥 왔습니다. (2018. 06.21)
가족 카톡방을 들여다보다 딸아이에게 이모티콘 하나를 선물로 보냈습니다. 딸아이가 난리가 났습니다. “아빠 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걸 샀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점점 발전하네, 울 아빠!” 이런 내용을 보내며 저의 이모티콘 선물을 반가워합니다. 애들은 제가 이모티콘 같은 것을 다루지 못하는 촌티 나는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29개의 다양한 종류의 이모티콘을 보유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간간 이쁜 분들에게는 선물도 하는 제법 쓸 만한 아재라는 사실 역시 알 리가 없습니다.(201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