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유월입니다. 저에게 별(2018.06.01~2018.06.04)

강남석 2018. 6. 4. 15:47

지난 주말 어쩌다 강남의 이쁜 아짐 셋 사이에서 불행한 골프가 있었습니다. 부끄러움 많은 저의 샷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저공비행에 궤도이탈! 두 홀을 지나자 저의 못난 실력을 간파한 그중 가슴 큰 아짐이 저에게 은근 제안을 합니다. 이왕 이리 나온 거 그냥 레이디티에서 같이 치자는 것입니다. 잠시 망설이는 척하다가 그럼 이름을 남순이라 부르는 조건으로 수락했습니다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세상에 제 드라이버 거리가 매 홀 꼴찌입니다. 깨갱깨갱! 저는 그냥 솥이 되고 말았습니다.

(2018.06.04)




점심으로 나주곰탕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종업원이 다가와서 옆자리 손님이 제 몫까지 지불했다고 합니다. 옆자리 손님이라 함은 모자를 쓴 두 사내, 아까 보았을 때 저와는 안면식이 전혀 없어 그럴 리가 없다며 다른 손님 것을 지불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헷갈리기 시작하는 여종업원. 아무튼 저는 제 것을 내면서 연락이 오면 다시 찾으러 오겠다고 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아무런 전화가 없습니다. 제가 그분을 몰라 뵈었어도 실례인데 그렇다고 어떤 언급도 없이 그냥 내고만 가는 것은 또 뭣일까요?

(2018.06.04)



술에 취해 밤 11시를 넘긴 시간 집에 들어가다 아파트 입구에서 역시나 그때 들어오던 딸아이와 마주쳤습니다.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면서도 거의 10여 일만에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딸아이도 이를 의식했는지 "아빠 오랜만이야!" 합니다. 아빠라는 소리도 정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그래 맞지! 내가 아빠지 나도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둘이 있지. 그런데 내가 정말 아빠로서 자격이 있나? 애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지? 지금도 보여주는 게 술 취한 모습인데......” (2018.06.03)




새벽녘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대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는 뉴스를 보고야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애국자도 아니면서 최근의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 온통 제 신경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소식을 밥 먹다가도, 운동 중에도, 자다가도, 이야기 중에도 보고 듣고 확인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다행히 이제 서로 빠져날 수 없는 열차에 탑승했으니 저의 관심은 여기까지입니다. (2018.06.02)




유월입니다. 저에게 별 특별한 달이 아니었던 유월이 지난 2015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의미 있는 달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으로 국민학교 선생님을 하셨던 아버지께서는 아들인 저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주 회초리를 드셨으며 어려운 살림에도 제 책값에는 무한 돈을 쓰셨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평범을 달려버리는 저를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셨을까요? 아래는 아버지께서 손수 쓰신 제 아호송시(雅號頌詩)입니다. (201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