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전철 서(2018.05.27~2018.05.31)
집에는 일찍 도착했으나 밥통에 밥이 없습니다. 밥을 합니다. 쌀하고 물의 비율이 저 나름대로 터득한 공식은 부피가 같아야 고실고실한 밥이 됩니다. 밥이 되는 동안을 기다리려니 다리미 탁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제 셔츠 한 장을 다려냅니다. 간간하는 일이었지만 어깨 쪽을 다리는데 늘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가지 일을 마치고 나름 흐뭇해하는데 이번에는 빨래 건조대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제일 쉬운 일입니다. 모두 걷어서 개기 시작합니다. 나름 술만 먹고 다녀도 쫓겨나지 않은 저의 어제 주부일기입니다.
(2018.05,31)
병원을 즈그 애비하고 같이 갔으니 그 경과를 알려주면 좋으련만 링거액 투여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나와 세 시간여가 지나도 아들들로 부터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좋아졌으려니 싶으면서도 그래도 궁금하여 전화를 두 번이나 했으나 이 또한 받지를 않습니다. 으째 우리 새끼들은 즈그 애미애비 전화를 잘 안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카톡 역시 묵묵부답입니다. “콱 패부렀으면 좋겠구만!” 이라는 소리가 금방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합니다. 다른 집 아이들도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2018.05.30)
새벽 다섯 시 무렵이나 되었을까요? 아들아이가 배를 부여잡고 떼굴떼굴 구릅니다. 그리고 서다 앉다를 반복하며 고통을 참지 못합니다. 집에 있는 비상약 하나를 건넨 애엄마는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리고. 도리 없이 제가 병원 응급실로 아들을 데리고 나섰습니다. 생각해보니 네 살 때 갑자기 열이 높아진 이 아이를 인근 병원으로 처음 데리고 간 이후 지금 서른 살이 되어 두 번째입니다. 26년만의 애비 노릇! 그런데 저는 아이의 아픔보다 저의 다음 일정이 늦을까 더 조마조마했습니다. (2018.05.30)
어제 퇴근길 전철 서 있는 제 앞의 의자에는 일곱 명 모두가 여성입니다. 전원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고요. 그중 여섯은 긴 머리에 20대 혼자만 단발머리에 30대 후반으로 보입니다. 운동화를 신은 분이 다섯, 샌들이 하나 그리고 단화 역시 딱 한분. 단화를 신은 아가씨 손에만 책이 들려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원피스 차림이 셋에 나머지는 긴 바지에 블라우스나 셔츠 차림. 이윽고 흑석역에서 한 아가씨가 내리자 제가 그 자리를 차지. 청일점에 군계일학? 아니면 강남순? (201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