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과거(2018.05.01~2018.05.04)
하얀 셔츠에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은 세련된 아짐 고객이 왔습니다. 숏 컷이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예쁘다고 느끼는 순간 저를 모르겠냐고 합니다. 대답도 하기 전에 건너편 하나은행 지점장이라고 먼저 이야기합니다. 몇 달 전 인사를 왔던 기억과 함께 이름이 선연히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아 네에, 박성숙 지점장님! 그때는 머리를 길렀었는데 짧게 잘라서 훨씬 예뻐지셨어요!” 순간 아짐 고객께서 숨이 넘어가십니다. “어머나 소름끼쳐라, 어떻게 그렇게 한번 보고 기억을 하세요?” (018.05.04)
지하철 자판기 앞에서 얼굴은 소년인데 덩치는 청년인 아이가 판매중이라는 표시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물어보니 시리얼을 사고 싶은데 계속 판매중이라 어렵답니다. 판매중은 기계가 작동중이란 뜻인데요. 아무튼 자기 교통카드가 잔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먹히지 않는다 해서 제가 시도했습니다만 역시 안 됩니다. 제 신용카드를 꺼내 긁으니 비로소 읽힙니다. 자폐를 가진 장애우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단돈 1,000원을 카드로 결제했네요. 시리얼을 먹던 아이가 다른 것도 먹고 싶다는데.......
(2018.05.04)
출근길 뒷다리를 다친 생쥐 한마리가 사람들을 피해 애써 달아나는 처절한 삶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애잔한 마음에 들어다 옮겨 주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새앙쥐 새끼들이 꼬리를 물고 어미 쥐의 찍찍 소리와 맞춰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차마 거기에 돌멩이질을 할 수 없어 지나가도록 내버려둔 기억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자비심의 발로인가요? 아니면 인간 본연의 마음인가요? 한때 닭 모가지를 틀어 닭털을 뽑았던 용맹한 전사이기도 했었는데. (2018.05.02)
새벽 침대가 찢어질 듯한 방귀 소리와 함께 큰 기쁨이 저에게 몰려왔습니다.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왕년의 방귀소리를 되찾은 기쁨, 젊음이 넘쳐흐르는 듯한 기쁨. 늙어 가는지 아니면 몸의 힘이 없어져 가는지 모르나 요즘 저의 방귀는 팬티의 끝을 나올 듯 말 듯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끝나고 맙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올 때 주는 힘이 다른 근육으로 건너가 살짝 섞어 나올려는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힘을 회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아무튼 일주일 금주(禁酒)에 오늘 오장육부가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2018.05.01)
지금은 고인이 된 과거 회사 동료의 부인과 우리 애엄마의 저녁식사 자리에 제가 잠시 끼었습니다. 당연히 고인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년 이맘 때 나한테 왔었는데 힘이 없다 해서 쓸데없는 소리하지마로 했던 게 후회된다고 하면서 그 썩을 놈 생각이 나시냐고 물었습니다. 같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남편이란 존재 자체가 큰 힘이었다고 하십니다. 아들들이 아빠 생각에 가끔 울컥하면서 엄마는 안 그러냐고 물을 때가 힘들다 하십니다. 저도 우리 집에 지금 힘일까요?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