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제 인생은 애엄마에 대한(2018.04.19~2018.04.27)
외우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아니 이제 거의 없습니다. 세 자리 이상의 숫자는 외우고 몇 발자국만 걸으면 잊어버립니다. 골프장등에서 받은 락커키 번호를 따로 적어놓지 않으면 다시 물어봐야하는 불편이 따르고요,. 네 자가 넘어가는 단어 역시 전혀 외워지지 않아서 새로 알게 된 식물들 이름의 범위가 좀체 늘어가지 않습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범위의 내용을 노트 3~4장으로 요약 통째로 외워버리던 실력은 어디로 갔는지. “아 옛날이여!”가 절로 나옵니다. (2018.04.27)
비록 꿈이지만 공부를 않고 술만 마시고 간 시험에서 주객관식 모두 훌륭한 답안을 써내서 행복했습니다. 새벽녘 갈증에 일어난 잠자리 머리 곁의 컵에 마실 물이 남아있어 행복했습니다. 샤워장에 가려는데 아직 마른 수건이 남아있어서 그도 행복했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려고 전자밥통의 뚜껑을 열자 아직 밥이 있어 그도 행복했습니다. 출근하려 전철역 계단을 내려오는데 이미 와있던 지하철이 제가 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역시 마냥 행복했습니다. (2018.04.26)
얼마 전부터 뒷머리가 가끔 쑤신다고 할까요, 욱신거린다 할까요? 그러다 고개를 쳐들고 있으면 가라앉고요. 계속 눈꺼풀이 무겁고 폭탄주 몇 잔에 머리가 한두 시간 아프기도 하고요. 혈압이 높아졌나 생각했는데 그도 아니고 술이 과했나 싶어 며칠 참았는데 그도 아니고 아무튼 오전에는 괜찮다가 오후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 불편했는데요 .방법을 찾는 저의 눈에 어느 비타민광고의 효능이 확 들어왔습니다. 바로 내 증상하고 똑같아 즉각 구입하여 복용, 하루 만에 회복! ㅋㅋㅋ비타민 결핍이었나 봅니다.
(2018.04.24)
봄비가 3일 연일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는 제법 세차게 내려 제한 급수에 시달리던 일부 섬 지방까지 해갈을 안겨주었다 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곡우 무렵에 비가 흠뻑 왔으니 올 농사는 대풍이 기대됩니다만 어쩌다 비가 이리 반가운 시절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반가운 게 어디 비뿐입니까? 이맘때면 천지를 누비던 제비도 보기 힘들어졌고 요즘은 태풍다운 태풍도 어디로 갔는지 바다를 흔드는 일이 드물어졌어요. 다 우리 사람들이 부른 일이라 하니 그저 감수해야지요. (2018.04.24)
가게로 국제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것도 우체국이랍니다. 저에게 국제전화가 걸려올 곳이 없으며 그것도 우체국이라면 더더욱 국외일 수 없습니다. 보이스 피싱을 직감하고 노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이름을 묻습니다. 저한테 전화를 해서 제 이름을 묻다니 이런 초보가 어디 있습니까? 이어서 제 앞으로 신용카드가 발급되었다며 자기들이 경찰서에 어쩌고저쩌고 어눌하게 이어갑니다. 점잖게 타이르려고 목을 다듬는 순간 안 되겠다 싶었는지 먼저 끊습니다. ㅋㅋㅋ한국말이나 능숙하든지 원!
(2018.04.20)
지금의 제 인생은 애엄마에 대한 투쟁입니다. 홉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누라에 대한 남편의 투쟁이지요. 더 늙어도 쫒아내지 말고 데리고 있어 달라는 것과 지금도 가끔은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것입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큰 소리는 상처를 받으니 가급적 조용하게 타일러달라는 요구입니다. 어제도 현관문을 열고 환기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안방에 있는 저에게 큰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열면 자동으로 방충망을 닫아야하는데 그걸 빼먹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