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의자에 앉아(2018.04.11~2018.04.15)
봄을 즐기러 잠시 안성을 다녀왔습니다. 잠깐 동안 두 가지 친절에 안성이 달리 보인 하루였습니다. 하나는 택시를 타서 5,200원이 나왔는데 기사께서 5,000원만 달라고 하십니다. 더 드리면 드렸지 덜 드린 경우는 없었는데요. 또 하나는 음식점에서 입니다. 끝자리 4,000원을 안 받습니다. 현금으로 내는 게 고맙다는 이유입니다. 이러든 저러든 이런 작은 친절 하나가 그 고장을 달리 보이게 만듭니다. 다시 가고 싶게 하지요. 역시 안성맞춤입니다. (2018.04.15)
지난번에 왕 대자 꽈배기를 들고 오셨던 옆 국수집 아짐이 이번에는 해바라기씨를 들고 오셨습니다. 며칠 중국 고향에 다녀오셨는지 모르겠으나 해바라기씨가 큰 것으로 보아 대륙 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슬그머니 해바라기 꽃말을 찾아보니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기다림, 숭배” 뭐 그런 뜻이 있네요. 특별히 의미를 두고 주시지는 않았겠지만 그런데 이거 어떻게 까서 먹나요. 하나 까며 아짐 생각! 둘 까며 아짐 생각! 셋 까면서 아짐 생각? (2018.04.14)
우리 집의 자명종이 고장 났습니다. 7시에 깨워달라는 아들아이의 이야기를 깜빡 잊은 저 때문에 아침 배달이 늦은 애엄마 사업장이 난리가 났다며 무려 11시가 다 된 시간에 저를 질책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30년 전 가정을 이룬 이후 우리 식구들은 제가 깨우지 않으면 제 시간에 일어나는 경우가 없습니다. 오죽했으면 저의 해외 출장 시에도 전화로 아이들을 깨워야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계속되는 저의 자명종 노릇은 사실 부끄러운 일입니다. (2018.04.13)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오네”라는 노래도 있고요. 부녀자 가출방지기간(4월11일~4월30일)이라는 관청이 내건 과거 현수막 사진을 본 적도 있는데요. 실제로 봄바람은 아녀자들 가슴을 흔들어 놓는지 그것은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봄볕이 따스하자 가게 앞 인도에 아짐 한 분이 신문지 한 장을 깔아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딱 저 분위기에 맞는 모습인데요. 놓아둔 쇼핑백의 글이 재미있었습니다. “Sweet Home Forever” (2018.04.12)
치과의 진료의자에 앉아 앞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여러 각도에서 찍은 제 치아사진을 보면서 저것이 분영 제 것이려니 하면서도 제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녹음을 해서 들려주는 제 목소리도 제 것이려니 하면서도 제 목소리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직접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것들이어서 익숙하지 않아 친근함이 떨어지고 마치 제 것이 세상에서 제일 못났거나 안 좋은 것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도 어떠합니까? 이 세상 끝날 때 까지는 함께 가야하는 것을 (2018.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