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이번에는 옆 국수집에서(2018.04.02~2018.04.06)

강남석 2018. 4. 7. 09:44


아침에 비가 오면 가게에 우산이 쌓이고 반대로 저녁 무렵 비가 오면 집에 우산이 쌓입니다. 그제 아침 역시 비가 와 집에서 우산을 들고 나왔더니 가게에 우산이 7개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거의 새벽이나 아침에 비가 왔나 봅니다. 가져와서는 오후에는 개기 때문에 그냥 가다보니 어느 한 곳으로 우산이 모이게 됩니다. 7개가 많아 보여도 어느 사이 보면 또 하나도 없어서 퇴근하면서 사들고 가는 경우가 곧 발생합니다. 그것이 곧 저의 인생입니다. 많아 보이다가도 없고 없어 보이다가도 있는 그런!

(2018.04.06)




마침 결제문제로 그 아짐고객의 전화가 다시 와서 10년 전 우리 애엄마의 경계대상1호였다는 것을 아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소리 높은 웃음과 함께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하면서도 애엄마의 촉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조금은 다른 생각도 있었냐는 되물음에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한 때였다고만 하십니다. 제가 마무리를 합니다. “나라에서 법도 바꿔주면서 장려하는데 지금이라도 슬슬 시작하십시다!” 이런 걸 보통 작업이라고 하고요, 저는 그냥 농담이라고 합니다. (2018.04.05)




벌써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만 우리 가게에 출입하는 분 중 애엄마가 유난히 신경을 쓰는 아짐고객이 있었습니다. 잠깐 다녀가면 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뿐만 아니라 오는 것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행여 저하고 엮이려나는 염려 때문이었겠지요. 그런데 최근 그분의 전화가 왔습니다. 물론 홍삼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애엄마가 제 전화를 쓸 일이 있어 잠시 가져갔다가 그 통화기록을 보고 말았습니다. 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힌트는 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2018.04.04)




봄날의 심술이 심합니다. 며칠간 햇볕을 쏟아 부어 이제 갓 잠이 깬 나무들의 영혼을 흔들어 차례를 기다리던 꽃 피는 순서를 뒤죽박죽, 개나리 진달래 벚꽃에 목련 심지어 조팝나무까지 분주하게 만들더니 오늘은 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심통을 부립니다. 온 천지 만발한 꽃들의 얼굴에 흥건하게 비를 쏟아 붓습니다. 봄날이 심술을 부리던 말든 활짝 핀 꽃도 반갑고 오늘 내리는 비도 반갑습니다. 모두 다 저에게 내리는 축복이며 선물입니다.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또 시작합니다. (2018.04.04)



이제 봄이 활짝 핀 4월이라 강남 갔던 제비들도 다 돌아올 시간인데요, 어리시절 영암 회문리 우리 집은 유난히 처마가 낮아 제비들이 좀체 찾아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집의 제비들이 그리 부러웠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5학년 봄에 드디어 우리 집에도 제비 가족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비 똥이야 떨어지든 말든 어린 제비들과 먹이를 연신 가져다주는 어미 제비를 보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요. 그 다음 해는 다시 안 오더라는 슬픈 이야기(2018.04.02)



이번에는 옆집 국수집에서 일하는 중국교포 아짐입니다. 출근길에 가게에 들려 보따리 하나를 풀어놓으십니다. 집에서 만들어 왔다는 왕 대짜 꽈배기 4개입니다. 평소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칭찬을 몇 번 던졌는데 그게 고마웠다며 수줍어합니다. 중국에서 건너와 열심히 일하면서 저리 따뜻한 마음까지 가졌다니 저 꽈배기를 혼자만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동네방네 소문도 낼 수 없는 노릇이라 냉장고 넣어두고 간간 잘라 먹고 있습니다. 부럽다면 지신 것입니다. 잉! (201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