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서초동 남부터미널 사거리(2018.02.22~2018.02.28)

강남석 2018. 2. 28. 13:02

점심을 반쯤 비웠는데 가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급하다며 빨라 와달라는데 날아갈 수는 없는 노릇. 전화 무인판매가 시작됩니다. “찾으시는 물건은 앞 벽의 제일 왼쪽에 있고요, 쇼핑백은 그 옆 카트에 있습니다. 결제는 다음에 와서 해주시면 됩니다.” 잠시 후 손님의 말씀 “아 카드단말기에 제가 직접 결제를 하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느긋한 점심을 즐겼으며 손님은 신뢰를 두고 가셨습니다. 제가 세상을 믿으면 세상도 저를 믿습니다.(2018.02.28)






금년도 저의 첫 라운딩이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에서 있었습니다. 항상 올해는 좀 더 잘 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내가 하는 운동이 늘 그렇지 하는 실망으로 끝나는 해의 연속이었는데 어제는 나름 소득이 있었습니다. 보통 한번에 5개 정도의 공을 잃어버리는데요. 어제는 단 하나의 공으로 마쳤습니다. 남들이야 다반사겠지만 골프둔재 저로서는 20여년 골프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하나 쓴 것입니다. 2018년 첫 기회에 첫 역사! 역시 저는 운이 좋은 사내입니다.(2018.02.27)



건설 쪽 이필근 부사장 딸 결혼식에 저도 우리 딸아이와 함께 참석했습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연으로요. 딸아이와의 동행은 여러 가지로 불편합니다. 격과 예를 갖추라는 간섭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들어야하는 게 아버지로서 저의 자세입니다. 다행히 딸아이와 대화가 조금 깊어져 삶에 대한 저의 생각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바람직한 삶은 사회적 성취 보다 인간성의 크기를 키워가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생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2018.02.26)




봄이 다가오자 우면산 까치부부도 바빠졌습니다. 겨울바람에 망가진 집수리에 나섰습니다. 아짐까치가 부서진 울타리를 열심히 보수하고 아재까치는 먼발치에서 그 사이 왜적들이 침입할세라 망을 보고 있습니다. 그 아래를 통과하려는데 아짐까치가 제 발밑으로 나무 가지 하나를 떨어뜨립니다. 이런 행운이 어디 있습니까? 아짐까치의 정초 까치집 선물, 저는 확실히 복 받은 사람입니다. 아재까치도 날개 짓으로 박수를 보냅니다.(2018.02.26)




애엄마가 강제로 제 얼굴 단속에 나섰습니다. 집에 들어서는 저에게 세수를 시키더니 침대에 바로 눕게 했습니다. 1차 화장품을 얼굴 전체에 바르더니 2차로는 또 다른 화장품을 붓을 이용 얼굴에 발랐습니다. 흡사 그림을 그리듯. 그리고 삼십 분을 누워있게 하더니 얼굴 끝을 잡아당기니 바른 것들이 쭉 벗겨집니다. 만족하신 듯 제 3차 화장품을 다시 바릅니다. 아침 저는 아무리 봐도 그대로인데 그분을 실망시킬 수 없습니다. “아따 재주네 잉! 겁나게 깨끗해져 부렀네야!” (2018.02.25)




아짐고객에게 홍삼차를 대접하고 있는 시간에 아재고객이 오셔서 홍삼을 사가지고 먼저 나가셨습니다. 이윽고 아짐고객이 막 나가자 그 아재고객이 다시 오셨습니다. 혹시 핸드폰을 두고 가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그분의 핸드폰에 전화를 하려는데 제 핸드폰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금방까지 분명히 제 옆에 있었는데요. 별 수 없이 가게 전화로 제 핸드폰 번호를 눌렀으나 신호는 가는데 벨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까 가셨던 아짐 고객이 다시 오셨습니다. 자기 것으로 착각하셨다며..... (2018.02.24)





서초동 남부터미널 사거리 새로 생긴 한 마리 7천 원짜리 치킨 집 사장은 올해 나이 스물여섯의 아직 소년티가 가시지 않은 총각입니다. 이제까지 번 돈에 부모님 도움을 일부 받아 3개월 전에 시작했는데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벌고 있다고 수줍어합니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저 어린 나이에 꿋꿋하게 통닭을 튀겨서 자기의 미래를 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도 밝습니다. 7천 원짜리 치킨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들어갔다가 희망을 보고 나왔습니다. (201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