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여덜시를 갓 넘겼는데 노란색(2018.02.14~2018.02.17)

강남석 2018. 2. 19. 12:43


이틀 연속으로 제 또래의 아짐고객이 왔습니다. 첫 날은 둘러만 보고 가시더니 다음 날 다시 오셨습니다. 저를 쳐다보고 빙그레 웃더니 이웃의 또 다른 아짐이 이곳을 가라고 해서 왔다면서 흥미 있는 말씀 하나를 덧붙이십니다. 제가 옆 국제전자 지하 사우나에 모이는 아짐들 대화에 간간 화제가 된다는데요. 좋은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자신도 궁금했다합니다. 한 곳에서 오래하니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보다 몸가짐을 정갈하게 해야겠습니다. (2018.02.17)




동작동 현충원 내 아버지가 계시는 충혼당으로 가는 길 가에는 산수유와 측백나무과인 화백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일찍이 영암국민학교 재직시절 학교 실습지에 측백나무 묘목을 심어 가꾸셨으며 이중 몇 그루를 집으로 가져와 심어 울타리의 대나무와 엉키며 제 키를 훌쩍 넘게 자랐습니다. 이런 연으로 아버지께서 여기서 살게 되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사후 계실 집을 만드셨고 더나가 어머니 자리까지 만들어 놓으신 아버지께 오늘은 고맙다는 절을 드렸습니다. (2018. 02.16)



섣달 그믐 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갈하게 우면산행으로 시작한 오늘, 좋은 일이 마구 쏟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직장의 후배 아버지께서 양주 한 병을 선물로 들고 오셨습니다. 일부러 홍삼을 사러 오신 것입니다. 또 오기주 사장이 같이 점심을 먹자며 나주 곰탕을 들고 왔습니다. 목포에서도 기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고교10년 후배가 병원의 어미니께 한 석작을 들고 다녀왔습니다. 이외에 더 있습니다. 저는 참 복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02.15)




우리 가게에 때 아닌 몽금포 타령이 흘러 나왔습니다. 서도소리를 한다는 아리따운 처녀 아가씨가 와서 제가 장산곶 마루에~~· 하니까 거침없이 한 곡조를 빼주십니다. 이어서 신고산타령까지, 흥이 절로 났습니다. 제가 좀 아는 거 같다며 이 손님이 더 즐거워합니다. 자신이 배뱅이굿 예능 보유자였던 고 이은관 명창에게 직접 전수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사무실이 가까우니 저하고 남도 판소리와 서도소리를 안주로 술 한 잔 하자고합니다. 기대가 됩니다. (2018.02.14)



여덜 시를 갓 넘겼는데 노란색 스웨터를 받쳐입은 소녀가 빙그레 웃으며 들어옵니다. 자세히 보니 배가 상당히 불렀습니다. 반갑게 맞으면서 몇 개월이라 물었더니 8개월이라 합니다. 다시 나이를 묻고 세상의 축복을 다 받았다는 덕담을 건넸습니다. 소녀가 아니라 서른 한 살 곧 아이의 엄마가 되는 아짐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주머니도 그렇고 이럴 때는 어떤 호칭이 어울리나요? 아무튼 오늘 하루는 만삭의 첫 손님으로 하루종일 좋은 일만 많을 것입니다. (201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