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8시를 갓 넘긴 시간에 모르는(2018.01.06~2018.01.10)

강남석 2018. 1. 6. 10:39

아침 일찍 점빵에 나와서 제가 오전에 하는 노동의 양과 질을 생각할 때 점심으로 3천 원짜리 김밥이 딱 어울리는데 가당찮게 6~7천 원짜리 고등어구이를 늘 먹습니다. 엊그제는 그도 모자라 찌든 속을 달래느라 14,000원짜리 탕을 시켰는데요. 뜨거운 국물을 식혀가며 두 숟가락 쯤 떴을까요? 여지없이 하늘의 징계가 떨어졌습니다. 가게로 빨리 와달라는 손님의 전화가 온 것입니다. 못내 아까워 몇 숟가락을 더 뜨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로 달려갔으나 그 새를 못 참고 가버린 손님! (2018.01.10)





어느 때인가부터 겨울에는 내복이 필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바지 속에는 내복대신 체크무늬 파자마를 입습니다. 이게 달라붙지 않아 내복보다 편하고요. 한 가지 용도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노래방에서 흥을 돋우는 도구로 쓰입니다. 술도 오르고 노래 몇 곡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제가 바지를 벗는 시늉을 합니다. 호기심에 쳐다보는 눈, 행여 못 볼 것 볼세라 미리 감는 눈 등 여러 눈들이 저에게 집중되는 순간, 제가 정말로 바지를 벗어 던집니다. 그러면 나타나는 저의 체크무늬 파자마! 모두 뒤집어집니다! (2018.01.08)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 강의란 책을 잡은 지 2년여 만에 겨우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권의 책으로 2년 이상 씨름을 한 것은 고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하고 “정통종합영어” 이래 처음입니다. 아무튼 처음 쭉 훑어보는데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가 없어 일단 책을 덮고 유튜브의 금강경 관련 해설이나 강의를 200여회 이상 듣고 나니 이제 비로소 그게 그런 의미로구나 어설프게라도 이해가 됩니다. 불자도 아니면서 금강경과 2년 이상을 함께 살았으니 부처님께서 저를 강보리라고 부르실지 모르겠습니다. (2018. 01.08)





여느 때와 달리 누워계시지 않고 복도 의자에 앉아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목포의 엄니를 잠깐 뵙고 어제는 바삐 광주 요양병원에 계시는 친구 웅렬이(광고 24회)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제가 놀러 가면 꼭 소고기국을 끓여주시며 환대하시던 분인데 역시나 연로하셔 보행이 불편하셨습니다. 총기는 말짱하셔서 용케 저를 알아보시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목포의 엄니나 웅렬이 어머니나 짠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잘 가라고 손이라도 흔들어주시는 웅렬이 어머니가 더 나은가?

(2018.01.08)




우리 어머니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박복순일까요? 아닙니다. 제가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어제는 일을 보러 목포에 가신 저의 고교 2년 선배님과 15회 후배 아우가 부러 병원의 어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복지관련 일을 하시는 분이라서 그런지 어머니를 대하는 선배님의 눈빛이 사랑 그 자체입니다. 삼천배를 마다않으신 불자 어머니께서 장로님의 축복을 받으셨으니 이제 교회에도 가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과 후배아우에게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2018.01.06)




8시를 갓 넘긴 시간에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병동의 간호사라고 합니다.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 시간에 오는 전화라면 분명 어머니께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면 목포 병원의 어머니 안녕을 축원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간호사께서 저에게 홍삼을 주문하는 전화였습니다. 어머니 병동의 간호사분들, 보호사분들께서 제가 홍삼 장사라는 것을 알고는 가끔 주문을 하십니다. 좋은 일인가요?

(2018.01.06)